열감기 증상, 열감기 걸리면 무조건 해열제 먹어야 할까요?
봄은 아이들이 감기에 가장 많이 걸리는 계절입니다. 아이들이 감기에 걸리면 보통 2~3 일 정도 열이 오른 후 맑은 콧물이 나고 기침이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인 양상입니다. 이후 맑은 콧물은 누렇고 진득한 콧물로 바뀌고 가래 낀 기침을 하는데, 이런 증상이 일주일 정도 변화하며 진행된 후에 감기가 떨어집니다. 감기를 심하게 앓는 아이들은 고열이 나기 쉽고 간혹 열성 경련을 일으킬 수도 있으며, 구토나 설사 등 바이러스성 장염의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감기를 유발하는 바이러스는 다양하지만, 그 중 리노바이러스가 가장 일반적입니다. 2015년 1월 5일, PNAS지에는 재미있는 논문이 발표됐는데요. ‘Temperature-dependent innate defense against the common cold virus limits viral replication at warm temperature in mouse airway cells’ 논문에서, 온도를 낮추면 바이러스와 숙주 상호작용이 바뀌어 감염된 기도 세포의 선천면역반응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숙주 세포의 선천면역능력이 리노바이러스 복제에 허용되는 온도 범위의 중요한 결정 요소라는 겁니다. 쉽게 말해서, 리노바이러스에 노출돼야 감기에 걸리긴 하지만 바이러스에 노출됐을 때 찬 공기를 들이마시는 것이 비강 내에 감기 바이러스가 퍼지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과 같다는 것입니다.
한의학에서는 감기를 ‘나쁜 기운이 몸에 들어와서’ 걸린다고 봅니다. 나쁜 기운은 사기(邪氣)라고 하는데, 보통 차가운 기운을 띕니다. 위의 논문과 동일한 원리이지요. 찬 기운이 몸에 들어올 때는 숨으로 통해서 들어오는데, 이로 인해 호흡기가 약해지면서 감기가 시작된다고 봅니다. 아이가 건강하다면 사기를 물리칠 힘이 있어 감기에 걸리지 않지만 몸이 약해지면 사기를 다스리지 못해 감기에 걸리는 것입니다.
그런데 감기에 걸렸을 때 어머니들이 제일 걱정하는 것이 바로 ‘열’입니다. 열이 오르면 아이가 위험하다는 생각에 우선 해열제를 먹입니다. 하지만 감기에 걸렸을 때 열이 나는 것은 정상입니다. 감기에 걸리면 우리 몸은 체온을 조절하는 시상하부가 외부로부터 들어온 감염 요인들과 싸울 면역세포를 늘리고, 면역세포가 잘 싸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 38~39℃ 정도로 체온을 올리면서 열을 냅니다. 열이 오른다는 것은 몸 안으로 들어온 나쁜 기운이나 균과 열심히 싸우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40℃ 가 넘는 열이 아니고 아이가 힘들어하지 않으면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잠시 지켜보십시오. 많은 휴식을 취하고 충분한 수분을 섭취해야 합니다. 목욕은 아이의 몸을 피곤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따뜻한 물수건으로 닦아주는 것으로 목욕을 대신하는 것이 좋습니다. 땀이 나기 전까지는 옷을 벗기지 마시고, 땀이 나기 시작하면 얇은 소재의 옷으로 갈아 입혀주세요. 열이 39℃까지 올랐어도 잘 놀고 잘 먹는다면 굳이 해열제를 사용할 필요가 없습니다.
아이에게 다음과 같은 사항이 있으면, 해열제를 사용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 39℃ 이상의 열 때문에 힘들어 해요.
∙ 몸살, 두통으로 잠을 들지 못해요.
∙ 원래 심장이나 폐가 좋지 않아요.
∙ 이전에 열성경련을 한 적이 있어요.
해열제를 사용하면 정상 체온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열이 있는 상태에서 1~1.5℃ 정도 떨어집니다. 그러므로 아이의 열이 39℃ 이상으로 올라갔는데도 해열제만 먹이고 그냥 두는 것은 위험합니다. 이때는 해열제 외에도 다른 열 내리는 방법을 같이 써주십시오. 아이가 다른 질환을 앓으면서 열이 날 때도 해열에 더욱 신경을 써주십시오.
해열제는 아세트아미노펜류와 이부프로펜류가 있습니다. 시중에서 판매하는 대표적인 아세트아미노펜 해열제는 타이레놀이고, 이부프로펜 해열제는 부루펜입니다.
타이레놀은 보통 1 ㎏에 10~15 ㎖가 정량이며, 약을 먹인 후에 1 시간 정도 지나야 약효가 나타납니다. 보통 4 시간 정도 해열 효과가 있고, 하루에 5 회까지 먹일 수 있습니다. 열을 무조건 빨리 내리겠다고 타이레놀을 정량 이상 먹이면 아이의 간에 손상을 줄 수 있으므로 주의하십시오. 일반 감기약에는 아세트아미노펜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감기약과 해열제를 함께 먹일 때는 감기약의 성분을 반드시 확인해 먹는 양을 조절해줘야 과다복용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부루펜은 타이레놀에 비해 항염증 효과가 더 좋습니다. 약을 먹인 후 1 시간 정도 지나야 약효가 나타나는 것은 타이레놀과 같지만, 약효가 6~8 시간 정도 지속되고 1 ㎏에 5~10 ㎖가 정량이기 때문에 약을 잘 안 먹으려는 아이에게 주면 좋습니다. 단, 해열제를 한꺼번에 많이 사용하면 저체온증을 일으킬 수 있어 위험하므로 최대한 복용을 삼가고 약을 먹이게 될 경우라도 반드시 정량을 지키십시오.
아이에게 감기는 ‘중요한 경험’입니다. 어머니에게서 받은 선천적인 면역력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를 경험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더 강한 면역력을 키울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감기에 걸렸을 때는 무조건 해열제으로 증상을 없애지 말고 아이가 감기의 한 과정을 잘 경험할 수 있게 도와주십시오. 병을 이겨낸 경험을 한 아이의 면역체계는 마치 우리가 운동을 통해 근육을 강화하듯이 면역력을 강화시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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