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중이염, 계속 항생제로 치료해야 할까요?
며칠 감기로 고생하던 아이가 어느 날 밤, 갑자기 자지러지게 울며 보채고 열이 나서 당황했던 기억을 가진 부모님, 좀 있으시지요? 진단은 중이염. 꽤 아팠을 거라면서 해열진통제와 항생제 처방을 받으셨을 겁니다. 중이염이 생기면 일반적으로는 아파하고, 열이 오르며, 귀가 멍멍하거나 소리가 잘 안 들린다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드물게는 고막이 터져서 농이 흘러나오는 경우도 있고 아무 증상이 없는 경우도 있어요.
중이염이란?
중이염은 귀 안쪽 ‘중이’ 부분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입니다. 귀는 크게 외이, 중이, 내이의 3부분으로 구분하는데, 고막부터 내이(달팽이관)까지의 공간이 중이에 해당해요. 중이강 내에는 이소골이라는 작은 뼈가 있어서 고막에서 모인 소리를 증폭해서 청신경으로 연결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이소골이 그 역할을 잘 하려면 중이강 내가 신선한 공기로 잘 채워져 있어야 하지요. 어쩌다 중이염으로 물이나 고름이 차는 경우에는 일시적으로 청력이 떨어질 수 있지만 길게 앓는 것이 아니라면 청력은 곧 회복이 됩니다.
중이강의 공기는 코를 통해서 들어오는데요. 귀와 코를 연결하는 얇은 관을 이관이라고 해요. 학창시절 한번씩 들어보았을 유스타키오관이라고 불리는 관이에요. 이관은 체내외의 압력 평형을 조절하는 기능 외에도 코나 목의 바이러스나 세균이 중이강으로 유입되지 않도록 보호하는 기능, 중이강 내를 환기하고 중이강 내의 분비물을 코로 배출해내는 청소 기능을 하고 있습니다. 성인의 이관은 3-4CM정도 길이에 수평면과 3-40도 각을 이루고 있지만 소아의 이관은 짧고 직경은 크고 각이 거의 수평에 가까워 코의 염증이 귀로 파급될 가능성이 높아요. 중이염이 3세 이하 어린 아이들의 80% 정도가 한 번 이상 경험하게 되는 매우 흔한 이유가 되겠지요. 유소아 항생제 사용의 흔한 이유가 되기도 하고요.
하지만 급성 중이염은 항생제를 사용하지 않아도 7-14일이 지나면 약 80%가 자연치유가 되고, 항생제의 사용으로 이득을 보는 것은 7명의 환자 중 1명의 환자(14%) 정도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최근의 여러 연구들도 유소아 중이염의 항생제 사용의 경우 득은 많지 않고, 항생제 내성, 설사, 장내 미생물 불균형 등의 문제를 언급하면서 보수적으로 사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또 감기약들과 함께 자주 처방되는 항히스타민제의 경우도 잘못 쓰면 점막을 건조하게 하고 바이러스나 먼지 등을 쓸어내 주는 점액 섬모기능을 떨어뜨려 오히려 감기에 더 자주 걸리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여전히 중이염에 걸리면 항생제는 필수고 항생제를 쓰지 않으면 청력 저하와 같은 치명적인 후유증이 남는 것으로 오해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항생제나 항히스타민제도 오랫동안 복용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되고요. 그러다 오랜 기간의 항생제 치료에 지쳐 한의원을 방문하시거나 삼출성 중이염이 낫지 않아 중이염수술 (중이 환기관 삽입술)을 권고 받은 후에야 한의원을 내원 하시기도 합니다.
물론 수술이 필요한 경우가 분명히 있습니다. 삼출성 중이염에 동반된 난청으로 인하여 발달장애가 유발될 위험성이 높은 경우, 청력이 많이 떨어져서 청력 역치가 40dB 이상이거나 언어발달의 지연이 의심되는 경우, 고막의 비가역적인 구조 변화가 발생하거나 예측되는 경우, 급격한 청력저하나 어지럼 등 합병증이 예상되는 소견이 있는 경우 등에는 수술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관 주변의 아데노이드 조직이 너무 커서 이관이 그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어서 중이염을 자주, 길게 하는 아이라면 아데노이드 절제술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앞서 말씀 드린 것처럼 급성 중이염이라면 항생제 없이 잘 나을 수 있는 경우가 많답니다. 일반 감기 중 앓게 되는 가벼운 중이염이라면 감기 한약만으로도 잘 낫는 경우가 많고 재발성 급성 중이염의 경우에도 한방치료를 통해 중이염이 좋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작게는 항생제 복용을 줄이고, 크게는 향후의 중이염 발병을 덜하게 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답니다. 일본의 26개 대학병원, 종합병원, 개인 이비인후과의원에서 재발성 급성 중이염을 앓는 생후 6-48개월 정도의 아이 87명을 대상으로 한 무작위 대조군 연구에서는 십전대보탕을 투여한 군에서 급성중이염과 코감기가 줄고, 항생제 복용량도 50% 줄어든 결과를 보고하기도 했습니다. 연구라는 제약으로 십전대보탕이라는 한 종류의 처방으로만 이루어진 연구지만 꽤 괄목할만한 결과를 보여주었습니다.
십전대보탕은 기혈을 보충해주는 대표적인 보약에 해당하는데요. 소아의 경우 면역력이 약해 중이염의 선행 원인이 되는 감기를 잦고 길게 하는 경우가 흔하다 보니 한방치료를 통해 면역력을 높여 감기를 덜하게 하고 하더라도 짧게 앓게 하면, 중이염을 예방하거나 빠른 회복을 하는데 도움이 된답니다.
한의원에서라면 일반적으로는 각자의 체질에 맞는 한약을 복용하면서 치료를 하고 있습니다. 평소 땀을 많이 흘리고 콧물이 묽으면서, 피부가 희고 허약한 아이가 중이염을 자주 한다면 기혈을 보충하는 한약을 주로 처방하고 근육이 탄탄하고, 피부가 검으면서 체격이 좋은 아이가 진득한 콧물, 코딱지, 코 막힘을 주로 호소하면서 중이염을 자주 한다면 폐의 열을 식히고 점막을 촉촉히 하는 처방을 위주로 하지요. 배가 빵빵하고 냄새 나는 배변을 하는 아이가 땀을 많이 흘리고 피부를 가려워하면서 중이염을 자주 앓는다면, 몸 속의 노폐물을 빼주는 처방을 위주로 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한약 처방 외에도 한의원의 중이염 치료는 귀와 코 증상의 개선을 돕는 침치료와 부항, 뜸치료, 온열 치료 등으로 구성이 됩니다. 그리고 중이강 내의 환기와 청소기능을 담당하는 이관이 잘 기능하도록 돕는 치료를 하는데요. 직접적으로 이관을 자극하기는 쉽지 않아, 이어포퍼를 활용한 이관통기법과 이관의 열고 닫힘에 관여하는 근육 주변을 자극하는 수기법 등을 할 수 있습니다.
항생제 없이도 중이염을 잘 회복하고, 중이염의 재발을 예방하는 이런 효과, 많은 분들이 경험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이 글 공유하기
링크가 복사되었어요.








반가워요! 라플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