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전 어린 시절 결혼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하지만 아내는 제 마음을 바꿔 놓을 정도로 함께 하고픈 사람이었습니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는 부부 사이 다툴 일이 별로 없었습니다. 하지만 ...
Q. 전 어린 시절 결혼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하지만 아내는 제 마음을 바꿔 놓을 정도로 함께 하고픈 사람이었습니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는 부부 사이 다툴 일이 별로 없었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생기며 해야 할 일들과 결정해야 할 일들이 많아졌습니다. 일을 마치고 아이나 아내와 함께 보내고 싶은 마음이지만 아내는 해야 할 일들을 계속 늘어놓습니다. 그럴 때면 참다 참다 ‘나중에 이야기하자’라고 말할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아내와의 갈등이 잦아졌습니다. 갈등할 때 저는 하고 싶은 말을 하거나 감정을 표현하고 나면 마음이 풀립니다. 하지만 아내는 말을 하지 않고 마음이 쉽게 풀리지도 않습니다. 이걸 보고 있자면 저도 답답해져서 제가 먼저 사과하고 갈등을 끝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해결되지는 않는 느낌이 있습니다. 만일 제가 먼저 풀지 못하면 저도 다시 화가 나고 또 다투게 됩니다. 이런 일들을 계속 반복하고 있는 거 같아 어찌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체력적으로도 지치고 힘들 시기에 아내와 갈등까지 잦아져 속상하시겠어요. 저도 첫째와 둘째가 갓 태어났을 때 결정해야할 일들이 늘어나 불안했던 기억이 납니다. 퇴근하시고 나면 아이나 아내와 서로 보고 싶었던 마음을 나누고 싶으실 텐데, 현실은 당장 해결할 수 없으면서도 해야 할 일들에 애정 어린 마음이 방해 받는 거 같아 더 힘드실 거 같습니다.
사연자분께서 보내주신 이야기 중 오늘은 서로 다른 감정 처리 방식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사연자분께서는 감정을 바로 표현하고 처리하시지만 아내 분께서는 감정이 늦게 느껴지거나 감정표현을 하기 힘들어 하시는 거 같습니다. 이 같은 경우에 사연자분은 아내를 답답하게 느끼시거나 일방적으로 맞춰야 한다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또한 아내 분은 남편에게 이해받지 못하고 강요받거나 비난 받는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서로 이야기를 충분히 할 시간적 정신적 여유가 있을 때는 이런 갈등이 서로를 존중하며 해결되기도 하지만 육아하는 중에는 심리적으로나 체력적으로 여유가 없기에 갈등이 더 극단적으로 드러나기도 합니다. 이런 감정의 속도차이에 따른 갈등을 이해하고 해소하는데 도움을 드리기 위해 예를 들어 설명해 보겠습니다.
오늘은 부부학년이 수학여행을 떠나는 날입니다. 목적지는 소통입니다. 부부학년 반은 두 반입니다. 남편 감정반과 아내 감정반입니다. 두 반이니 각 감정반은 버스 두 대에 나눠 탔습니다. 그럼 이제 출발합니다. 두 감정반은 나란히 목적지까지 가길 기대합니다. 그렇게 같이 달리기 위해 다른 버스를 기다리기도 하고 다른 차들이 끼지 못하게 붙어 달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나란히 달리기란 뜻한 것만큼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 감정반 버스를 무리하게 운전하거나 다른 감정반 버스에 무리하라고 요구하면 위험합니다. 목적지까지 함께 도착하면 좋지만 그보다 안전한 게 더 중요하니까요. 하지만 두 버스가 멀어졌다고 그리 불안하지는 않습니다. 우리는 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바로 수학여행 장소이자 목적지인 소통이 그곳이죠. 이런 믿음이 있기에 두 감정버스가 멀어져도 포기하지 않고 기다리거나 쫓아가려 노력할 수 있습니다.
위 예에서 감정버스의 속도가 다르듯이 부부는 감정표현 시기가 서로 다를 수 있습니다. 그렇다 할지라도 우리가 함께 소통으로 가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다면 불안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부부가 각자 스트레스를 받는 시기에는 좀처럼 불통으로 인한 불안함이 떨쳐지지 않습니다. 육아 상황이 대표적이죠. 이때 감정이 소통되지 않으면 우리는 쉽게 목적지가 다르다고 느낍니다. 감정표현이 빠른 쪽은 상대가 날 답답하게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감정표현이 느린 쪽은 상대가 날 재촉한다고 느낍니다. 두 사람 모두 상대가 소통을 원하지 않는다고 느낍니다. 또는 자신은 소통을 원하지만 상대는 소통이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고 결론지어버립니다. 간단히 말해 소통이 이뤄지지 않는 결과를 보고 상대편이 이 결과를 의도했다고 생각해 버립니다. 어느 누구도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을 존중받았다고 느끼지는 못합니다. 그러니 함께 소통으로 가고 있지 않고 나만 달려가는 거 같아 억울해 합니다. 이 정도가 되면 감정을 조절하기가 여간 쉬운 일은 아닙니다.
아이가 태어나고 육아로 서로가 힘들어지는 시기에 많은 부부는 감정적으로 멀어지기를 택합니다. 그래야 서로가 조금 더 편할 거라 생각하죠. 실제 감정적으로는 멀지만 할 일을 하면 심리적으로 편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이가 커 더 이상 스트레스가 크지 않은데도 육아초기 소홀했던 감정의 거리는 특별한 계기가 있지 않은 이상 멀어진 상태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종종 그 감정의 허전함을 자녀들에 대한 기대나 일에 대한 성취감으로 채우려고 노력하며 살기도 합니다. 현재 우리 선배나 부모님이 겪고 계시는 감정적 이혼을 대물림하는 셈입니다. 그러기에 이 시기에 현명하게 소통해야 합니다.

저는 사연자분께 질문하고 싶습니다. 사연자분께서는 아내와의 소통이 최종 목적지가 맞으신지요? 아내분이 그저 본인을 편하게 또는 유능하게 놔두기를 기대하지는 않으신지요? 아내분은 어떤 마음으로 감정표현 대신 해야 할 일들을 늘어놓을까요? 사연자분은 아내가 느끼는 불안을 어떻게 표현하길 기대하시나요? 사연자분은 아내에게 자신의 어떤 감정을 주로 표현하고 계신지요? 아내분의 감정표현이나 불만이 사연자분께는 어떤 감정을 일으키시는지요? 이런 질문들을 스스로나 아내에게 질문해 보신 적이 있으신지요? 짧은 글로 알 수 있는 정보가 적지만 글로 드러난 것으로만 보자면 사연자분께서도 아내의 불만을 자신에 대한 부족으로 받아들이시는 거 같습니다. 소통이 목적이기보다 불통을 아내의 특성이나 스스로의 부족으로 탓하고 있지는 않으신지요? 만일 위 질문에 답을 하기 어렵거나 수긍이 가신다면 이는 서로의 감정버스를 위험하게 운전하도록 무리하거나 강요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위험한 운전은 멈춰야 합니다. 우선 감정의 거리감에서 오는 갈등을 지금 당장 해결하려 하기보다 그 거리와 시간차를 있는 그대로 두어야 합니다. 그때 느껴지는 불안은 스스로 견딜 수 있는 힘을 기르셔야 합니다. 무작정 기다리기는 너무 힘듭니다. 그러니 상대와 내가 얼마나 거리를 두고 있는지 정확히 확인할 때 기다릴 수 있는 용기를 얻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무엇을 원하는지 궁금해 하기보다 상대가 지금 어떤 마음 상태인지를 구체적으로 물어야 합니다. 차이를 좁히기 위한 질문이 아니라 차이를 존중하기 위한 구체적 질문이어야 합니다. 가장 간단한 질문은 ‘지금 어떤 마음이냐’입니다. 아직 아내가 대답할 마음이나 용기가 없다면 무리하거나 강요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포기하셔야 합니다. 소통으로 가기 위해서죠. 떨어진 감정버스의 거리를 유지한 채 달리셔야 합니다. ‘저 사람은 저래’라고 단정 짓거나 ‘어쩔 수 없어’라고 포기하기 보다는 ‘지금은 말할 마음이 아니야’라고 상대를 적극적으로 존중하고 기다리는 겁니다. 그래야 그 거리를 좁힐 수 있는 기회를 만났을 때 사연자분도 속도를 내실 수 있습니다. 다시 간단한 질문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는 용기가 나는 거죠.
감정을 느끼고 표현하는 시기나 특정상황에서 느끼는 감정은 타고나는 경향이 많습니다. 그리고 자라온 환경에 영향을 받습니다. 그리고 스스로의 신념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한편으로 의도한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스스로의 힘으로 바꿀 수 있는 의지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감정을 표현하고 느끼는 과정과 방식은 혼자서는 바꾸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서로 소통하고픈 의지가 강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을 때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방법도 추천 드려 봅니다.

전문가 프로필_이화수 한양대학교 교육학과 박사
이화수 전문가는 한양대학교 교육학과에서 상담심리를 전공하고 현재 동일 전공으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한양상담센터, 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서 성인과 학령기 아동을 대상으로 상담을 해왔다. 현재는 누다심의 심리학 아카데미라는 사설 심리상담센터에서 대인관계 집단상담 및 개인 상담자로 일하고 있다. 또한 다양한 심리학 강연과 기업 리더십 교육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무엇보다 현재 두 자녀의 아빠이다. 우리 아버지 시대에는 아빠의 역할이 단편적이었다. 하지만 변화를 필요로 하는 현대의 아빠역할에 대해 고민하며 대안을 찾아 실천하려 노력하고 있다.
원문 출처: 베이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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