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아이의 욕구를 맞추려다 보면 끝이 없어요. 엄마와 아빠의 모든 관심을 아이에게 집중시키고 아이를 만족하게 하려고 항상 허덕이지만, 아이의 요구는 끝이 없습니다. 게다가 아이의 요구는 빚쟁이같이...
Q. 아이의 욕구를 맞추려다 보면 끝이 없어요. 엄마와 아빠의 모든 관심을 아이에게 집중시키고 아이를 만족하게 하려고 항상 허덕이지만, 아이의 요구는 끝이 없습니다. 게다가 아이의 요구는 빚쟁이같이 천연덕스럽고 망설임이 없고요. 아이와의 관계는 늘 그렇듯 주고받는 관계가 아니라 일방적입니다. 이렇게 늘 아이에게 희생해야 하나요?
전문가의 조언과 솔루션
아이를 위한 부모의 희생적 행위는 대부분 부모가 경험하는 너무나도 일반적 모습입니다. 그래서 특별하고 고귀한 행위라는 의미를 부여하기보다 당연히 그래야 하고 그럴 수밖에 없다는 통념이 그 자리를 대신하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아이에게 몰입한다는 의미에서 ‘희생’이라는 말보다 ‘헌신’한다는 말이 더 적절하다는 생각이 듭니다만 부모가 되면 아이가 태어나기 전 즐겁고 의미 있게 살기 위해 하던 많은 것들을 멈춰야 한다는 점에서 자기희생이라고 간주할 만합니다.
이런 희생은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줄까요? 사실 부모의 희생은 오히려 아이에게 도움이 된다는 의견과 아이를 망치고 부모의 삶도 불행하게 하는 것이라는 의견이 공존합니다. 과연 양육에는 희생이 필연적으로 따라야 할까요?
■ 희생은 당연하다
'희생은 당연하다'라는 측면에서 보면 부모의 희생은 아이에게 중요합니다. 부모의 희생은 아이가 신체적으로 더 건강하게 자랄 수 있게 도울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성숙하고 행복한 성인으로 자랄 수 있게 해줍니다. 부모는 아이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환경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부족한 환경 속에서도 아이가 훌륭한 성인으로 자란 많은 일화에는 헌신적인 부모가 존재합니다.
아이를 위한 희생은 아이뿐만 아니라 부모에게도 필요합니다. 부모는 아이를 위해 제한 없이 베푼 행동을 실천함으로써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 더 깊은 차원의 사랑이 가능함을 깨닫게 됩니다. 이런 깨달음은 삶의 유쾌함과 의미 감을 더해줌으로써 삶을 더 풍요롭게 해줍니다.
부모가 아이에게 정성을 들이는 것은 교육적으로도 좋습니다. 부모의 희생은 자연스러운 사랑의 표현으로서 양육과정에서 나타난 희생을 통해 아이에게 가르치고 싶은 삶에 대한 가치와 태도를 자연스럽게 전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에 대한 부모의 진심은 아이에게 전달될 것이며 아이도 자신이 받은 것처럼 타인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삶을 모방하게 될 것입니다.
■ 희생하지 말아야 한다
'희생하지 말아야 한다'는 처지에서 보면 아이들을 희생적으로 보호하는 것은 아이를 우주의 중심으로 키울 수 있고 온실 속 화초와 같이 외부의 역경에 취약하게 해 아이가 사회에 적응적인 건강한 성인으로 성장하는데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지나친 관여와 보호뿐만이 아니라 지나친 허용은 오히려 아이의 성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지나친 관여와 보호는 아이에게 독립성을 발휘할 기회를 박탈하게 되고, 지나친 허용은 아이를 혼란스럽게 하거나 무례하고 자기중심적인 아이로 성장하게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아이의 생각을 무시한 강압이나 참견 대신 부모는 아이가 실수와 좌절을 경험하고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는 양육방식을 취해야 합니다. 또한, 방임 대신 일관성 있는 양육을 통해 안정감을 가지고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 희생이라는 말은 적절하지 않다
‘희생이 필요하다’와 ‘희생하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과 더불어 희생이라는 말은 적절하지 않다는 태도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부모가 자신의 욕구 대신 아이의 생존과 발달에 집중하는 것은 자연의 설계를 따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자손에게 자신의 유전자를 전달해 개체를 보존하기 위해서 부모는 본능적으로 아이를 돌보게 돼 있으므로 ‘부모의 희생’이라는 말은 부적절하다는 것입니다.
아이의 측면에서 보면 ‘부모의 희생’이라는 용어는 부모의 역경이 자신 때문이라는 죄책감을 아이들에게 줄 수도 있습니다. 자신이 없었더라면 부모는 더 잘 쉴 수 있고 덜 고생스럽게 일해도 되며 자신의 꿈을 추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자신의 존재 = 부모의 고난의 근원’이라는 부정적 자아상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부모의 희생이 아이에게 주는 부채감은 부모와 아이 관계에서 갈등의 씨앗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부모는 ‘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아이는 ‘누가 그렇게 해 달랬나!’라고 반발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됩니다.
돌이켜 보면 아이에게 일방적으로 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아이에게 많은 것들을 받고 있습니다. 조건 없이 아이를 돌보는 과정에서 더 깊이 사랑할 수 있는 마음, 어린 시절의 재경험, 아이가 기뻐할 때의 충족감, 역동적이고 다양한 정서적 경험, 아무리 힘든 하루를 보내도 다음 날은 새롭게 하루를 맞이하는 태도 등 아이가 없었더라면 경험할 수 없는 수없이 많은 것들을 경험하게 됩니다.
아이는 부모의 스승이자 거울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요즘 수묵 크로키 대가인 석창우 화백이 광고, 평창동계올림픽, 방송에 연일 등장합니다. 석창우 화백이 양팔을 잃고 그림을 시작하게 된 것도 아이가 4살 때 그림을 그려달라고 해서 시작했다고 합니다. 이렇듯 아이는 부모에게 온갖 지식과 가치들을 새롭게 생각해보고,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자신감과 목적의식도 주고, 내 모습을 돌아보고 수정할 기회를 줍니다.
저는 아이가 처음 사과 과즙을 맛보던 때를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때 아이는 세상에 이렇게 맛있는 게 있냐는 듯이 깜짝 놀라서 다시 허겁지겁 달려들었습니다. 그 모습에 사과의 향기롭고 달콤한 맛을 한참을 잊고 지냈음을 인식하게 됐습니다.
아이와의 관계가 이 정도면 희생이라는 생각이 들더라도 충분히 할만하지 않을까요? 다만 부모의 희생은 필요하지만 지나치면 안 됩니다. 그리고 희생을 별거 아닌 것처럼 봐서도 안 되지만 희생이라는 틀로만 봐서도 안 될 것 같습니다.
아이에 대한 희생은 그 결과에 대한 실망감이나 무례한 사람들의 비판을 넘어설 수 있을 만큼 큰 가치가 있습니다. 그렇게 가치 있다고 판단되는 일에 부모로서 전념한 것입니다. 나를 돌보지 않고 조건 없는 행위만 한 것이 아니라 내가 믿는 바에 따라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몰입해 주어진 삶을 사는 것입니다.

전문가 프로필_박지훈 한국가이던스 연구원
박지훈 전문가는 가톨릭대학교 심리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2009년부터 한국가이던스 연구원으로 심리검사 및 진단도구의 개발을 기획하고 관리하였으며 심리검사를 활용한 교육프로그램 개발을 담당해왔다. 또한 성격심리, 심리검사, 전산통계, 인적자원관리와 관련한 강의를 하고 있다.
원문 출처: 베이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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