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디세우스(Odysseus)와 ‘로터스(Lotus)’ 열매 - ‘망각’인가 ‘평온’인가?
◇ 오디세우스(Odysseus)와 ‘로터스(Lotus)’ 열매 - ‘망각’인가 ‘평온’인가?
호메로스(Homer)의 『오디세이아(Odyssey)』 제9권에는 트로이 전쟁(Trojan War)을 마치고 귀향길에 오른 오디세우스(Odysseus) 일행이 폭풍에 밀려 낯선 해안에 도착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곳은 ‘로토파고이(Lotophagoi)’ 즉 ‘로터스를 먹는 사람들(Lotus-eaters)’의 땅이었습니다.
오디세우스는 정찰을 위해 부하 세 명을 보냈는데 그 땅의 원주민들은 낯선 이방인들에게 적대감 대신 로터스 열매를 건넸고 그 달콤한 열매를 맛본 병사들은 고향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절박함을 잊어버리고 그저 그 자리에 머물러 로터스만 먹으며 편안히 살고 싶어했습니다. 오디세우스는 이들을 강제로 배로 끌고 와서 노(槳)에 묶어 두어야만 했습니다.
“그곳의 주민들은 우리 대원들에게 해를 입히려 하지 않고 오히려 로터스 열매를 건넸다. 하지만 그 달콤한 열매를 맛본 자는 누구나 고향으로 돌아갈 생각도, 소식을 전할 생각도 잊어버린 채, 오직 그곳에 남아 로터스를 씹으며 모든 시름을 잊고자 했다.”
이 짧은 에피소드는 지난 3천 년 가까이 서양 문학과 역사에서 ‘로터스(Lotus)’ 열매를 ‘망각’ ‘현실 도피’ ‘중독적 쾌락’의 상징으로 소비되는 뚜렷한 흐름을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본초학(本草學)을 전공한 한의사의 시선으로 이 장면을 찬찬히 읽어보면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자연스럽게 떠오르게 됩니다.
로토파고이(Lotophagoi) 사람들이 오디세우스의 부하 병사들에게 건넨 열매는, (흔히 얘기되고 있듯이) 이성적인 정신 기능을 마비시키는 ‘독’이나 ‘마약’이었을까 아니면 극심한 전쟁 스트레스 후유증 즉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 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또는 ‘스트레스의 신체화 반응(the somatization response to stress)’에 시달리던 병사들의 과잉 흥분된 교감신경계를 부드럽게 이완시켜 준 ‘항스트레스(anti-stress) 효과를 가진 치료용 식물’은 혹시 아니었을까?
실제로 많은 식물학자들은 호메로스(Homer)가 묘사한 ‘로터스(Lotus)’의 정체에 대해서 지금까지 여러 가설을 제시해 왔습니다.
대추야자류(Ziziphus lotus)라는 견해가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지만 넓은 의미에서의 로터스(Lotus)라는 단어가 고대 지중해 세계에서는 수련과(睡蓮科, Nymphaeaceae) 식물, 즉 오늘날 우리가 ‘연꽃’이라고 부르는 Nelumbo nucifera 계통의 식물을 포괄적으로 지칭하는 데에도 사용되었다는 점은 상당히 흥미로운 시사점을 줍니다.
공교롭게도 대추(大棗, Ziziphus jujuba)와 연자육(蓮子肉, Nelumbo nucifera(수련과 연꽃)의 성숙한 씨앗 알맹이)은 오늘날 한의학 임상 현장에서도 항스트레스(anti-stress) 한약 처방 중에서 가장 빈번하게 함께 사용되고 있는 두 개의 식물성 본초(本草)이며, 최신 분자약리학은 이 두 열매 모두에서 공통적으로 중추신경계 GABA(gamma-aminobutyric acid) 수용체를 조절하는 활성 성분을 확인했습니다.
이번 칼럼은 고대 신화적 상상을 현대 과학적 근거로 대체하려는 시도입니다.
‘로터스 열매를 먹으면 근심·걱정을 잊게 된다’라는 3천 년 전의 신화적 은유가 21세기 분자생물학 실험실에서
(1) GABA-A 수용체 결합(GABA-A Receptor Binding : 뇌의 과도한 흥분을 가라앉히는 천연 브레이크 시스템을 활성화하여 불안과 불면을 완화)
(2) 세로토닌 5-HT1A 수용체 활성화(Serotonin 5-HT1A Receptor Activation : 행복과 정서 안정을 담당하는 신경전달물질 스위치를 켜서 우울감과 강박적 불안을 완화)
(3) BDNF-CREB 신호전달 경로(BDNF-CREB(Cyclic AMP Response Element-Binding Protein, cAMP 반응 요소 결합 단백질) Signaling Pathway : 뇌세포의 영양분이자 영양제 역할을 하는 뇌유래신경영양인자(BDNF)를 늘려서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해 손상된 뇌 신경회로를 회복시키고 기억력과 집중력을 높여줌)
(4)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Hypothalamic-Pituitary-Adrenal) 축 조절(HPA Axis Regulation : 스트레스 호르몬(코티솔(cortisol))을 분비하는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 조절 축의 과부하를 막아서 마음과 몸의 스트레스 반응을 최대한 안정화시킴)
라는 구체적 메커니즘으로 어떻게 재구성되고 있는지를, 대표적인 식물성 항스트레스 한약(anti-stress herb)인 연자육(蓮子肉, 한의학에서 마음을 안정시키고 정신을 맑게 하는 청심안신(淸心安神)의 대표적 약재)을 중심축으로 삼아서, 죽여(竹茹)·용안육(龍眼肉)·대추(大棗)·진피(陳皮)·모과(木果)까지 확장하여 살펴보고자 합니다.
특히, 향정신성 의약품(벤조디아제핀(benzodiazepine), SSRI(Selective Serotonin Reuptake Inhibitor,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 메틸페니데이트(methylphenidate, MPH) 등)의 사용이 급증하고 있는 소아청소년 ADHD·우울증·불안증·불면증·강박증 영역에서 이들 식물성 항스트레스 한약(anti-stress herb)이 갖는 안전성과 효과성의 현대과학적 근거를 객관적으로 탐색해 보겠습니다.
◇ 스트레스 받는 뇌 - 왜 ‘천연 신경안정제’ 기전을 알아야 할까?
정신적(심리적) 스트레스에 대한 생체 반응의 중심에는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 축(hypothalamic-pituitary-adrenal(HPA) axis)’이 있습니다.
급성적으로 스트레스가 인체에 가해지면 시상하부에서 부신피질자극호르몬방출호르몬(corticotropin-releasing hormone, CRH)이 분비되고 이는 뇌하수체의 부신피질자극호르몬(adrenocorticotropic hormone, ACTH) 분비를 유도하며 최종적으로 부신에서 코르티솔(cortisol)이 방출됩니다.
이러한 메커니즘 과정 자체는 사실 생존에 필수적인 정상적 반응이긴 하지만, 문제는 이런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 축(hypothalamic-pituitary-adrenal(HPA) axis)’이 만성적으로 과잉 활성화될 때 발생합니다.
만성 스트레스 상태에서는 해마(hippocampus)의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 능력이 저하되고, 전전두엽 피질(prefrontal cortex, PFC)의 기능적 연결성이 약화되며 편도체(amygdala)는 과도한 각성 상태에 놓이게 됩니다. 이러한 신경생물학적 변화는 소아청소년기의 ADHD와 불안장애, 우울장애, 강박장애, 수면장애(불면증) 등에서 공통적으로 관찰되는 병태생리학적 배경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현재 임상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향정신성 양약(메틸페니데이트(methylphenidate, MPH), SSRI(Selective Serotonin Reuptake Inhibitor,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 계열 항우울제, 벤조디아제핀(benzodiazepine) 계열 항불안제·수면제)은 각각 도파민(dopamine)·노르에피네프린(norepinephrine) 재흡수 억제, 세로토닌(serotonin) 재흡수 억제, GABA-A 수용체 결합(GABA-A Receptor Binding)이라는 명확한 단일(single) 기전을 통해 비교적 강력하고 빠른 증상 개선 효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소아청소년에게 있어서는 식욕저하·불면증·오심(구토)·복통·두통 등의 부작용과 함께, 향정신성 의약품 관리 대상으로서의 심리적 낙인 그리고 성장기 뇌 발달에 미치는 장기적 악영향에 대한 불확실성이 임상 현장과 보호자 모두에게 지속적인 고민거리로 남아 있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배경에서 다중 표적(multi-target)·다중 경로(multi-pathway) 방식으로 작용하며 오랜 임상 사용 경험을 통해 안전성 프로파일이 과학적으로 축적된 항스트레스 한약(anti-stress herb)들이 최근 10여년 동안 국내외 SCI(E)급 국제학술지를 통해 과학적으로 매우 활발하게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연자육(蓮子肉)을 중심으로 해서, 임상 현장에서 늘 함께 배오(配伍)되는 빈도 높은 죽여(竹茹)·용안육(龍眼肉)·대추(大棗)·진피(陳皮)·모과(木果) 등 대표적인 식물성 항스트레스 한약(anti-stress herb)들의 분자생물학적 치료 근거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 연자육(蓮子肉) - 로터스(Lotus)의 씨앗, 마음을 가라앉히다
(1) 본초학적 개관
연자육(蓮子肉)은 수련과(睡蓮科, Nymphaeaceae) 식물인 연(蓮, Nelumbo nucifera Gaertner)의 성숙한 씨앗에서 껍질과 배아를 제거한 것을 말합니다.
『본초강목(本草綱目)』을 비롯한 본초서(本草書)에서는 연자육(蓮子肉)을 ‘보비지사(補脾止瀉)·양심안신(養心安神)·익신고정(益腎固精)’ 효능을 가진 한약으로 분류하였으며, 특히 심(心)과 신(腎)이 서로 교통하지 못해서 발생하는 ‘심신불교(心腎不交)’ 상태 즉, 가슴 두근거림·불면·다몽(多夢)·불안·초조 등에 대한 대표적인 치료 약재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흥미롭게도 이 ‘심신불교(心腎不交)’라는 한의학적 변증(辨證) 개념은 현대 신경과학에서 말하는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 축(hypothalamic-pituitary-adrenal(HPA) axis)’ 과잉 활성화 및 변연계(limbic system)-대뇌 피질(cerebral cortex) 간 신호 불균형 상태와 상당 부분 개념적으로 조응합니다.
(2) 분자생물학적 기전
연자육(蓮子肉)의 항스트레스·항불안 효능에 대한 현대 약리학적 치료 근거는 크게 두 방향, 즉 a. GABA성 신경전달 강화와 b. 세로토닌계 조절로 요약됩니다.
a. GABA-A 수용체 경로
연(蓮) 씨앗(Nelumbinis semen) 추출물을 이용한 설치류 실험에서는 광장 미로 시험(elevated plus-maze)과 명암 전환 시험(light-dark test)을 통해 유의미한 항불안 행동 변화가 관찰되었으며, 벤조디아제핀 계열 약물인 디아제팜(diazepam)과 병용 투여를 했을 때 항불안 효과가 상승적으로 강화된다는 사실이 객관적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는 연자육(蓮子肉)의 활성 성분이, GABA-A 수용체-벤조디아제핀(benzodiazepine) 결합 부위와 유사한 방식으로 상호작용하여 억제성 신경전달을 강화함을 시사하는 대표적인 약리학적 증거로 평가됩니다.
연(蓮) 씨앗의 열수(熱水) 추출물을 이용한 흰쥐 대상 뇌파(EEG) 분석 연구에서는 비렘수면(Non-REM sleep, NREM) 중 델타파(delta wave) 비중이 유의미하게 증가하였고, 실시간 PCR 분석 결과 GABA-A 수용체 관련 유전자 발현이 상향 조절되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연구에서는 연자육(蓮子肉) 내 GABA 함량 자체가 다른 활성 알칼로이드(alkaloid) 성분보다 오히려 높게 정량되어서, 연자육(蓮子肉)이 ‘전구물질 공급’과 ‘수용체 민감도 조절’이라는 두 가지 경로를 동시에 활용할 수 있는 임상적 가능성이 제기되었습니다.
b. 세로토닌(serotonin)계 및 모노아민 신경전달물질(monoamine neurotransmitter) 조절
연잎 알칼로이드(alkaloid) 추출물을 이용한 연구에서는 GABA-A 수용체 결합(GABA-A Receptor Binding)과 더불어 모노아민(monoamine)계 활성화가 진정 즉 수면(입면) 유도 및 항불안 효과의 메커니즘으로 함께 보고된 바 있습니다.
나아가 사회적 위계 스트레스(social hierarchy stress) 동물 모델을 이용한 연구에서는, 연자(蓮子) 추출물 투여 후 상당히 단시간 이내에 항우울 유사 행동 변화를 유발하는 ‘속효성(rapid-onset)’ 항우울 효과를 나타냈습니다.
이는 최근 각광 받고 있는 케타민(ketamine) 계열 속효성(速效性) 항우울제와 유사하게 ‘mTORC1 신호 경로(signaling pathway)’가 관여할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하는 결과로서, 전통적으로 수 주가 소요되는 SSRI 계열 항우울제의 약리학적 지연(therapeutic lag) 문제를 보완할 수 있는 식물성 천연물 후보로서의 연자육의 가치를 더욱 크게 부각시키고 있습니다.
연자육(蓮子肉)의 주요 활성 알칼로이드(alkaloid)로는 네페린(neferine), 리엔시닌(liensinine), 이소리엔시닌(isoliensinine) 등의 비스벤질이소퀴놀린(bisbenzylisoquinoline) 계열 화합물이 있으며, 이들 성분이 세로토닌(serotonin)계를 매개로 해서 항우울 효과에 관여한다는 약리학적 근거 역시 상당히 축적되어 있습니다.
요약하자면, 연자육(蓮子肉)은 a. GABA-A 수용체 경로를 통한 억제성 신경전달 강화 b. 세로토닌(serotonin)계와 모노아민(monoamine)계 조절 c. 네페린(neferine)·리엔시닌(liensinine)·이소리엔시닌(isoliensinine) 등 비스벤질이소퀴놀린(bisbenzylisoquinoline) 알칼로이드를 매개로 한 속효성 항우울 작용이라는 세 갈래의 분자생물학적 기전을 통해서, 벤조디아제핀(benzodiazepine)에 준하는 진정 및 항불안 효과를 나타내면서도, 의존성과 내성의 위험은 (양약보다) 현저히 낮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 죽여(竹茹) - 담화(痰火)를 씻어내는 대나무의 속껍질
죽여(竹茹)는 볏과 식물인 솜대(Phyllostachys nigra var. henonis) 또는 왕대(Phyllostachys bambusoides)의 줄기 속껍질을 얇게 긁어낸 것입니다.
한의학 이론에서는 청열화담(淸熱化痰)·제번지구(除煩止嘔)의 효능을 지닌 본초로 분류되며, 특히 담화상요심신(痰火上擾心神) 즉 정서적 흥분이 너무 과도하여 가슴이 답답하고 잠을 이루지 못하며 불안·초조한 상태 치료를 위해 매우 광범위하게 처방되어 왔습니다.
임상적으로 가장 대표적인 활용 사례는 ‘온담탕(溫膽湯)’ 계열 처방이며, 특히 ‘죽여온담탕(竹茹溫膽湯)’은 불안장애·불면증·범불안장애 환자들에게 (나이와 상관없이) 지금도 매우 폭넓게 처방되고 있습니다.
구속 스트레스(immobilization stress) 흰쥐 모델을 이용한 실험연구에서는 죽여(竹茹) 추출물을 75, 150, 225mg/kg의 세 가지 용량으로 2주간 경구 투여한 결과, 강제수영시험(forced swimming test)과 열린 들판 시험(open field test)에서 대조군과 대비했을 때 유의미한 항우울·항불안 행동 변화가 관찰되었습니다. 특히 중간 용량군에서 부신 무게 증가가 가장 뚜렷하게 억제되었는데, 이는 만성적인 스트레스로 인한 부신 비대(HPA 축 과잉 활성화의 대표적 지표 중 하나) 자체를 완화하는 임상적 효과를 시사합니다.
같은 연구에서는 봉선핵(raphe nucleus) 내 세로토닌(5-HT) 함량이 죽여(竹茹) 투여군에서 유의미하게 보존되는 것이 확인되어 세로토닌(serotonin)계 보호 작용이 항스트레스(anti-stress) 효능의 기전 중 하나로 제시되었습니다.
분자생물학적 차원에서는 죽여(竹茹) 추출물의 에틸아세테이트(ethylacetate) 분획이 미세아교세포(microglial BV2 세포) 및 해마 신경세포주(HT22 세포)에서 ‘Nrf2(nuclear factor erythroid 2-related factor 2)’ 신호 경로를 활성화하여 ‘헴 산소화효소-1(heme oxygenase-1, HO-1)’ 발현을 유도함으로써 ‘신경염증(neuroinflammation)’을 억제하고 신경세포를 산화 스트레스로부터 보호하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만성 스트레스와 소아청소년 신경정신질환에서 신경염증(neuroinflammation)이 병태생리에 중요하게 관여하고 있다는 최근의 연구 흐름을 고려할 때, 죽여(竹茹)의 Nrf2/HO-1 경로 활성화는 단순한 진정 작용을 넘어서 ‘신경보호(neuroprotection)’ 차원의 과학적 근거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주목됩니다.
◇ 용안육(龍眼肉) - 심비(心脾)를 보익(補益)하는 달콤한 보약
용안육(龍眼肉)은 무환자(無患子)나무과 식물인 용안(Dimocarpus longan, Euphoria longana)의 가종피(假種皮)를 말린 것으로서, 한의학에서는 보익심비(補益心脾)·양혈안신(養血安神)의 대표적 본초로 분류됩니다.
대표적인 한방신경정신과 처방인 ‘귀비탕(歸脾湯)’의 군약(君藥)에 해당되며, 과도한 사려(思慮)와 심비양허(心脾兩虛)로 인한 건망증·불면증·불안증·심계항진(心悸亢進) 등에 폭넓게 응용됩니다.
임상에서는 특히 학업 스트레스가 누적된 소아청소년 수험생, 시험 불안증이 심한 학생, 만성 피로를 동반한 우울증 경향 환자들에게 자주 처방됩니다.
용안육(龍眼肉)의 항스트레스(anti-stress) 효능에 대한 분자생물학적 기전 연구는 주로 BDNF(brain-derived neurotrophic factor, 뇌유래신경영양인자)-CREB(Cyclic AMP Response Element-Binding Protein, cAMP 반응 요소 결합 단백질) 신호전달 경로(Signaling Pathway)에 초점을 맞추어 왔습니다.
ICR 마우스(Institute of Cancer Research mouse)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용안(龍眼) 열수(熱水) 추출물을 14일 동안 투여한 결과, 해마(Hippocampus)의 치아 이랑(dentate gyrus) 및 CA1 영역에서 BDNF, 인산화 CREB(pCREB, phosphorylation of CREB), 인산화 세포외 신호조절 인산화 효소(pERK1/2, Phosphorylated Extracellular Signal-Regulated Kinase 1/2 : 세포 외부의 신호를 세포핵 내부로 전달하여 세포의 증식과 분화 및 생존과 신진대사를 조절하는 MAPK/ERK 신호전달 경로(Signaling Pathway)의 핵심 활성형 단백질) 면역양성 세포 수가 (대조군과 대비해서) 유의미하게 증가하였습니다.
또, 미성숙 신경세포 생존을 나타내는 DCX(Doublecortin)·BrdU(5-bromo-2'-deoxyuridine) 표지 세포 수(성체 뇌의 신경발생(Adult Neurogenesis) 및 신경 재생·신경 보호 효과를 평가하는 분자생물학·조직학 분야의 핵심 정량 평가 지표)도 증가하여, 해마(hippocampus)의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 및 신경발생(neurogenesis)이 향상되었음을 시사하였습니다.
BDNF는 시냅스 가소성(synaptic plasticity)과 장기적 강화(long-term potentiation, LTP) 형성에 핵심적으로 관여하며, 만성 스트레스와 우울증에서 해마 BDNF 발현이 저하된다는 것은 현대 정신의학에서 대표적인 신경생물학적 소견 중 하나입니다.
실제로 SSRI 계열 항우울제 역시 그 치료 효과의 상당 부분이 해마 BDNF 발현 상향 조절을 매개로 나타난다는 신경영양인자 가설(neurotrophic hypothesis)이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용안(龍眼)·어성초(魚腥草)·산약(山藥) 복합 추출물을 이용한 별도의 연구에서도 BDNF-CREB 축(axis)을 매개로 한 신경보호(neuroprotection) 효과가 재확인되어, 용안육(龍眼肉)이 SSRI와 유사한 최종 공통 경로(common final pathway)를 통해 항우울 효과를 나타낼 가능성을 과학적으로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 대추(大棗) - 화합의 본초(本草),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력을 기르다
대추(Ziziphus jujuba Mill.)는 갈매나무과 식물의 잘 익은 열매로서, 한의학 처방에서 생강(生薑)과 함께 조위화중(調胃和中)·조화제약(調和諸藥)의 역할을 담당하는 경우가 많아 단일한 주약(主藥)으로서보다는 한약 처방 전체의 균형을 잡아주는 화합의 본초(本草)로 인식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많은 약리학적 연구를 통해, 대추(大棗) 자체가 상당한 항스트레스·항불안·항산화 활성을 지닌 기능성 본초임이 밝혀지고 있습니다.
예쁜꼬마선충(Caenorhabditis elegans)을 이용한 2024년 연구에서는 대추(大棗) 추출물이 DAF16/FOXO 전사인자와 항산화효소 SOD-3의 발현을 매개로 수명을 연장하고 열(熱) 스트레스 및 산화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성을 유의미하게 증가시키는 것으로 보고되었습니다. 이는 대추(大棗)가 세포 수준에서의 스트레스 저항성(stress resilience)을 근본적으로 강화하는 기전을 지니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참고로, DAF-16/FOXO는 예쁜꼬마선충(C. elegans)부터 초파리, 포유류에 이르기까지 진화적으로 잘 보존된 FOXO(Forkhead Box O) 패밀리 전사인자입니다. 특히 인슐린/IGF-1 신호 전달계(Insulin/IGF-1 Signaling, IIS)의 핵심 하위 표적 단백질로서, 세포 내에서 수명 연장(Aging), 항산화/스트레스 저항성, 자가포식(Autophagy), DNA 손상 복구, 에너지 대사를 종합적으로 관장하는 핵심 스위치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대추(大棗) 종자(대추씨)에 대한 연구에서는 발효 처리를 통해 GABA 함량을 증대시킨 추출물을 이용, 펜토바르비탈(pentobarbital) 유도 수면시험과 뇌파(EEG) 분석을 시행한 결과 비렘수면(Non-REM sleep, NREM) 중 델타파(delta wave) 시간이 유의미하게 증가했습니다.
특히 GABA-A 수용체 길항제(拮抗劑)인 피크로톡신(picrotoxin)·비큐컬린(bicuculline)·플루마제닐(flumazenil)을 병용 투여했을 때 이러한 수면 증진 효과가 차단되어, 대추(大棗)의 수면 유도 효과가 GABA-A 수용체를 매개로 한다는 것이 명확히 입증되었습니다.
한편, 한의학에서 대추(大棗)와 형제 본초로 분류되는 산조인(酸棗仁, Ziziphi Spinosae Semen, 시큼한 맛이 나는 야생 대추 씨앗)에 대해서는 더욱 방대한 분자약리학적 근거가 축적되어 있습니다.
산조인(酸棗仁)의 대표 활성 성분인 스피노신(spinosin)과 산조인 사포닌(Jujuboside A, B)은 GABA-A 및 5-HT1A 수용체를 동시에 조절하며, 계통 생물학(systems biology) 기법을 활용한 2020년 연구에서는 산조인(酸棗仁) 추출물이 사람 신경모세포종(SH-SY5Y) 세포에서 다수의 GABA-A·5-HT 수용체 아형 mRNA 발현을 조절함이 객관적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사실 대추(과실)와 산조인(씨앗)은 엄밀한 본초학적 기원상으로는 명백히 구별되는 별개의 약재이지만, 실제 임상 처방에서는 흔히 함께 배오(配伍)되어 상호 보완적으로 작용합니다. 대추(大棗)가 비교적 완만하고 지속적인 자양강장(滋養强壯) 및 세포 수준에서의 스트레스 저항성 강화에 기여한다면, 산조인(酸棗仁)은 보다 직접적이고 강력한 GABA성 진정 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 진피(陳皮) - 기(氣)를 순환시켜 마음을 열다
진피(陳皮)는 귤나무과 식물인 귤(Citrus reticulata Blanco 및 그 재배종)의 잘 익은 과피(果皮)를 말려서 오래 묵힌 것입니다.
한의학에서는 이기건비(理氣健脾)·조습화담(燥濕化痰)의 대표적인 본초(本草)로서, 기체(氣滯)로 인한 흉협창만(胸脇脹滿)·우울감·불안(초조)·소화불량을 겸한 정서장애에 광범위하게 응용되고 있으며, 소아청소년의 경우 특히 스트레스성 소화불량을 동반한 불안 증상에서 임상적 활용도가 높습니다.
진피(陳皮)의 핵심 활성 성분은 폴리메톡시플라본(polymethoxyflavone) 계열의 노빌레틴(nobiletin)입니다. 노빌레틴(nobiletin) 함량을 표준 진피(陳皮) 대비 약 16배 농축한 추출물(이른바 ‘N진피’)을 이용한 연구에서는, 배양 해마 신경세포에서 cAMP/PKA(단백질 인산화 효소 A)/ERK(세포외 신호조절 인산화 효소)/CREB 신호 경로가 강력하게 활성화됨이 확인되었습니다.
표준 진피(陳皮) 추출물에서는 이러한 활성이 관찰되지 않았던 반면, 노빌레틴(nobiletin)이 풍부한 추출물에서만 유의미한 활성이 나타나서 노빌레틴(nobiletin)이 핵심적인 활성 물질임이 명확히 규명되었습니다.
cAMP/PKA/ERK/CREB 경로는 학습과 기억 형성에 관여하는 CRE(cAMP response element) 매개 유전자 전사를 조절하는 핵심 신호전달 축(axis)으로서, 이 경로의 활성화는 앞서 용안육(龍眼肉)에서 언급한 BDNF-CREB 경로와 하류에서 상당 부분 합류합니다.
즉 진피(노빌레틴(nobiletin))와 용안육(BDNF)은 서로 다른 상류 신호를 통해서 궁극적으로 동일한 CREB 매개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 강화라는 종착점에 도달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노빌레틴(nobiletin)은 항염증·항산화 효능을 통해 아밀로이드 베타(Aβ) 유발 신경독성을 억제하는 것으로 보고되어서, 만성 스트레스 및 노화 과정에서 동반되는 인지기능(기억력·집중력) 저하에 대한 신경보호(neuroprotection) 효과도 함께 시사되고 있습니다.
◇ 모과(木瓜) - 시고 떫은 열매 속에 숨은 항우울·항불안 메커니즘
모과(木瓜)는 장미과 식물인 모과나무(Chaenomeles sinensis Koehne)의 잘 익은 열매로, 한의학에서는 서근활락(舒筋活絡)·화위화습(和胃化濕)의 효능을 지닌 본초(本草)로 분류되어 왔습니다.
전통적으로는 근육 경련(특히, 다리에 쥐가 잘 다는 사람)·떨림(손떨림/머리떨림(체머리·두전증(頭顫症)·요두증(搖頭症))/다리떨림/눈떨림)·소화불량·부종 등 신체 증상 완화에 주로 응용되어 왔고, 정서 질환에 대한 직접적인 처방 활용은 연자육(蓮子肉)·용안육(龍眼肉)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10년 동안 발표된 일련의 분자약리학 연구들은 모과(木瓜)가 매우 뚜렷한 항우울·항불안 활성을 지니고 있으며, 그 기전 역시 상당히 구체적으로 규명되어 있음을 보여줍니다.
(1) 코르티코스테론(CORT, corticosterone) 유발 우울증 동물모델 연구
모과 열매 추출물(Chaenomeles sinensis fruit extract, CSFE)을 이용한 2024년 연구에서는, ICR 마우스(Institute of Cancer Research mouse)에 코르티코스테론(corticosterone, CORT)을 21일간 반복 투여하여 만성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 유사 상태를 유도한 후 모과 열매 추출물(CSFE)을 30·100·300mg/kg 용량으로 병행 투여하였습니다.
그 결과 모과 열매 추출물(CSFE) 투여군에서는 꼬리 매달기 시험(tail suspension test)과 강제 수영 시험(forced swimming test)에서의 부동 시간(immobility time)이 유의미하게 감소하였고, 수동 회피 시험(passive avoidance test)에서는 학습·기억 능력을 반영하는 잠복시간(step-through latency)이 유의미하게 증가하였습니다.
아울러 광장 미로 시험에서도 불안 유사 행동이 유의미하게 완화되어, 모과(木瓜)가 항우울 효과와 항불안 효과를 동시에 나타낸다는 것이 행동약리학적으로 확인되었습니다.
(2) 분자 기전 – HPA 축(axis) 과잉 활성화·MAO-B·모노아민(monoamine) 산화의 연결고리
이 연구의 핵심적 기여는 모과(木瓜)의 항우울 기전을 단순한 행동 관찰 수준을 넘어 분자 수준까지 규명했다는 데 있습니다.
연구진은 먼저 HPA 축(axis)이 만성적으로 과잉 활성화되어 코르티솔(cortisol)이 지속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경우에, 뇌 성상세포(astrocyte) 내 모노아민 산화효소(monoamine oxidase, MAO) 활성이 증가한다는 병태생리를 지적하였습니다.
MAO는 세로토닌(serotonin)·도파민(dopamine) 등 모노아민(monoamine)계 신경전달물질을 분해하는 효소로서, MAO 활성 증가는 곧 세로토닌(serotonin)·도파민(dopamine)의 뇌 내 가용량 저하로 직결되며, 이 과정에서 부산물로 생성되는 활성산소(ROS, 대표적으로 과산화수소)는 신경세포에 추가적인 산화 스트레스성 손상을 일으킵니다.
이는 파킨슨병(Parkinson's disease)·알츠하이머병(Alzheimer’s disease) 치료제로도 사용되는 셀레길린(selegiline)·사피나마이드(safinamide) 등 MAO-B 억제제가 항우울 효과를 나타내는 것과 동일한 병태생리학적 배경입니다.
HPLC 분석 결과 모과(木瓜) 추출물의 주요 활성 성분은 클로로겐산(chlorogenic acid, CGA)·네오클로로겐산(neo-chlorogenic acid)·루틴(rutin)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연구진은 나아가 분자 도킹(molecular docking) 기법을 이용하여 이들 성분이 실제로 MAO-B 효소의 활성 부위(active site)에 결합할 수 있는지를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검증하였는데, 그 결과 클로로겐산(chlorogenic acid, CGA)과 네오클로로겐산(neo-chlorogenic acid)이 MAO-B 활성 부위에 강하게 결합한다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즉 모과(木瓜)는 셀레길린(selegiline)과 유사하게 ‘MAO-B 억제’라는 명확한 분자적 표적을 통해서 항우울 효과를 나타낸다는 사실이 분자생물학적으로 뒷받침된 셈입니다.
이는 앞서 다룬 연자육(GABA-A 수용체)·용안육(BDNF-CREB)·진피(cAMP/PKA/ERK/CREB)와는 또 다른, 모노아민(monoamine) 분해효소 억제라는 독자적인 분자생물학 경로를 항스트레스 한약 스펙트럼에 새롭게 추가한다는 점에서 학술적 의미가 큽니다.
(3) 소아청소년 대상 임상 연구
모과(木瓜)와 근연종인 Citrus sinensis(스위트 오렌지) 정유(精油)를 활용한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RCT)에서는, 치과 치료를 앞두고 불안감을 느끼는 어린이 환자들에게 정유(精油)의 향을 흡입시킨 결과 대조군 대비 타액 코르티솔(cortisol) 농도와 맥박수가 유의미하게 감소한 것으로 보고되었습니다.
이는 후각 자극을 통한 GABA성 신경전달 조절이 소아의 급성 상황 불안(situational anxiety)과 실제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를 동시에 낮출 수 있음을 시사하는 사람 대상 근거로서, 모과(木果)·귤속(Citrus) 계열 본초(本草)가 경구 복용뿐 아니라 방향(아로마) 요법 형태로도 소아청소년 임상에 응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모과(木瓜)의 잔가지(木瓜枝) 페놀(phenol) 성분을 이용한 별도의 연구에서는 항신경염증(anti-neuroinflammatory) 및 신경영양(neurotrophic) 활성이 함께 보고되어서, 모과(木瓜)가 단순히 모노아민(monoamine) 분해를 억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신경세포(neuroprotection) 보호와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 강화라는 측면에서도 다른 항스트레스 한약(anti-stress herb)들과 기전적 접점을 형성한다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 소아청소년 정신건강의학에서의 통합적 임상 적용
(1) ADHD – 도파민(dopamine)·노르에피네프린(norepinephrine) 조절 관점에서
메틸페니데이트(methylphenidate)는, 시냅스 전(前) 뉴런의 도파민 운반체(DAT, Dopamine Transporter) 및 노르에피네프린 운반체(NET, Norepinephrine Transporter)를 차단하여 시냅스 내 도파민(dopamine)·노르에피네프린(norepinephrine) 농도를 급격히 상승시킴으로써 주의력을 개선하는 정신자극제(psychostimulant)입니다.
국내 만 6세 이상 ADHD 아동을 대상으로 한 임상 근거가 풍부하게 축적되어 있어서 ADHD에 대한 1차 치료제로 권고되고 있지만, 식욕저하·불면·두통·복통 등 부작용이 흔히 보고되고 있으며, 향정신성 의약품으로 분류되어, 처방·조제·보관에 있어 마약류 관리법이 적용된다는 심리적 부담 역시 임상 현장에서 자주 언급됩니다.
이러한 사회적 배경에서 중국에서 임상시험용으로 개발된 영동과립(寧動顆粒, Ningdong granule)에 대한 8주 동안의 무작위 대조 연구는 특히 주목할 만합니다.
이 연구에서는 영동과립(寧動顆粒, Ningdong granule)이 메틸페니데이트(methylphenidate)에 비해 유의미하게 적은 부작용을 보이면서도 교사·부모 척도 상으로 ADHD 핵심 증상들을 대등한 수준으로 개선하였으며, 혈액·소변·대변·간기능·신기능 검사에서 안전성이 모두 확인되었습니다.
국내 인삼(人蔘) 단독 임상연구를 메타분석(meta-analysis)한 결과(인삼(人蔘)의 ADHD 치료 효과 및 진세노사이드(Ginsenoside) Rg1·Rg3의 도파민·노르에피네프린 조절 기전 관련 메타분석 및 동물실험 연구(서울대학교병원))에서도 ADHD 평가척도와 연속수행검사(CPT) 지표가 유의미하게 개선되었고 특히 부주의 증상 완화가 두드러졌습니다.
동물실험에서는 인삼(人蔘)의 대표적인 유효 성분인 진세노사이드(Ginsenoside) Rg1·Rg3가 도파민·노르에피네프린 분비를 촉진하는 동시에 산화 스트레스를 감소시키는 이중 기전이 확인되어, ‘자극과 보호’라는 두 가지 방향성을 동시에 갖춘 조절 기전으로 평가됩니다.
이번 칼럼에서 함께 다룬 연자육·죽여·용안육·대추·진피는 ADHD의 핵심 병태생리인 과잉 각성-충동성 축(axis)을 직접 겨냥하기보다는, 병발하는 불안·수면장애·정서조절 곤란을 완화함으로써 전체적인 치료 순응도와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보조적·병행적 역할에서 그 임상적 가치가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ADHD의 한약물 치료에 대한 최신 임상연구 동향/대한한방신경정신과학회지)
(2) 우울증·불안증 -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과 HPA 축(axis) 관점에서
소아청소년 우울증·불안장애에서는 해마 BDNF 발현 저하, HPA 축(axis) 과잉 활성화, 세로토닌계 기능 저하가 공통적으로 관찰됩니다.
연자육의 속효성 항우울 기전(사회 위계 스트레스 모델), 용안육의 BDNF-CREB 경로 활성화, 진피(노빌레틴(nobiletin))의 cAMP/PKA/ERK/CREB 경로 활성화는 모두 이러한 병태생리 축(axis)을 직접적으로 겨냥한다는 점에서 상호 보완적입니다.
임상에서는 귀비탕(용안육(龍眼肉) 중심), 온담탕(죽여(竹茹) 중심), 청심연자음(淸心蓮子飮, 연자육(蓮子肉) 중심) 등의 한방신경정신과 처방이 개별 환아의 변증(辨證) 상태에 따라 선택적으로 활용됩니다.
(3) 불면증 - GABA성 신경전달 관점에서
연자육(蓮子肉)·죽여(竹茹)·대추(大棗, 산조인(酸棗仁))는 공통적으로 GABA-A 수용체를 매개로 한 진정-수면 유도 효과의 분자생물학적 근거를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벤조디아제핀(Benzodiazepine) 계열 수면제의 대체 내지는 병용 옵션으로서의 가치가 큽니다. 벤조디아제핀(Benzodiazepine)은 GABA-A 수용체에 직접적이고 강력하게 결합하여 빠른 효과를 나타내지만 내성·의존성·인지기능 저하·낮 시간 졸림 등의 위험성이 상존하는 반면, 상기에 명시한 식물성 항스트레스 한약(anti-stress herb)들은 GABA 함량 자체를 공급하거나 수용체 발현을 완만하게 상향 조절하는 방식으로 작용함으로써, 부작용 위험이 현저히 낮은 것으로 평가됩니다.
(4) 강박증 - 세로토닌·신경염증 관점에서
강박장애의 표준적인 약물치료인 SSRI는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를 통해 효과를 나타내지만, 치료 반응까지 수 주가 소요되는 치료 지연(therapeutic lag)과 위장관계 부작용·성기능 이상 등이 소아청소년에서 특히 순응도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연자육(蓮子肉)의 세로토닌계 조절 작용, 죽여(竹茹)의 Nrf2/HO-1 매개 신경염증 억제 작용은 강박증의 병태생리로 최근 대두되고 있는 세로토닌-신경염증 상호작용 가설과 접점을 가지며, SSRI와의 병행 치료 시, 상호 보완적 역할을 기대할 수 있는 과학적 근거로 제시됩니다.
◇ ‘로터스(Lotus)’ 열매의 진정한 교훈
오디세우스(Odysseus)의 병사들이 로터스(Lotus) 열매를 먹고 ‘고향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절박함’을 잊었다는 것은, 어쩌면 극심한 전쟁 스트레스로 인해 과도하게(병적으로) 항진되어 있던 그들의 HPA 축(axis)과 교감신경계가 비로소 안정(이완)되었다는 신화적 은유였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오디세우스(Odysseus)가 부하들을 억지로 끌고 나와야 했던 이유 역시 분명합니다. 평온함이 지나쳐서 삶의 목적과 방향성마저 삼켜버린다면 그것은 더 이상 치유가 아니라 도피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칼럼에서 구체적으로 살펴본 연자육·죽여·용안육·대추·진피·모과와 같은 식물성 항스트레스 한약(anti-stress herb)들은, 벤조디아제핀(Benzodiazepine)처럼 GABA-A 수용체를 강력하게 직격하여 의식을 마비시키는 방식이 아니라, GABA성 신경전달·세로토닌계·BDNF-CREB 신호전달(신경가소성) 경로·HPA 축(axis)이라는 여러 갈래의 생리적 축을 동시에 그리고 완만하게 조율함으로써 ‘깨어있는 평온함’을 회복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한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는 특히 소아청소년(어린이)의 성장하는 뇌에 있어 특히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매우 강력하지만 단일한 표적을 급격히 차단하는 방식보다는, 여러 신경전달 축(axis)을 온건하게 조율하는 방식이 성장기(발달기) 뇌(腦)의 가소성(plasticity)을 존중하면서도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향상과 개선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 최근 10여 년간 축적된 분자생물학적 근거들이 공통적으로 가리키는 과학적 방향입니다.
물론 현재까지의 분자생물학적 연구 근거 대부분이 동물실험 및 세포실험 수준에 머물러 있고, 소아청소년을 직접적 대상으로 설정한 대규모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한계는 겸허하게 인정되어야 합니다.
향후 이들 식물성 항스트레스 한약(anti-stress herb)의 표준화된 추출물을 이용한 이중맹검 임상연구가 더욱 많이 축적된다면, ‘안전하면서도 효과적인 소아청소년 항스트레스 치료’라는 임상적 요구에 한의학이 근거 중심의 해답을 더욱 자신있게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3천 년 전 호메로스(Homer)가 남긴 로터스(Lotus) 열매 은유는, 이제 실험실의 GABA-A 수용체 결합 실험과 해마 BDNF 면역 염색 사진 속에서 조금씩 그 과학적 실체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칼럼니스트 황만기는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에서 학사·석사·박사를 졸업(한의학박사)했고,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서 의학박사를 수료했다. 서강대학교·이화여자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경희대학교 한의학과·경희대학교 한방병원 등에서 한의학을 꾸준히 강의했다. 현재, 국내 최초 키성장·골절·골다공증·총명(인지기능 향상) 특허한약(성장탕·접골탕·총명탕) 기반 진료 시스템을 갖춘 황만기키본한의원에서 진료(대면+비대면)하고 있다. 아이누리 한의원 전국 네트워크 설립자(2002년 5월)&대표원장으로 오랫동안 활동(연구·진료)했으며, 대한한의성장발달학회 회장을 역임하였고, 지금까지 3,000여 명의 한의사들에게 전문가 대상 심화 아카데미(한방소아청소년과(키성장·총명)&한방재활의학과(골절·골다공증))를 진행했으며, 청담아이누리한의원·서초아이누리한의원 등에서 24년 동안 2만여 명의 다양한 소아청소년 및 성인 환자들을 진료했다.
원문 출처: 베이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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