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행복이 아이에게 전염된다
사람은 누구나 행복하기 위해서 산다. 행복하기 위해서 욕심을 부리고 행복하기 위해서 욕심을 덜어낸다. 어떻게 하면 더 행복해질지 전전긍긍하는 게 삶이다. 세상이 일순간 밝게 보이고 다른 사람과의 관계도 원만해지는 신비의 명약이 ‘행복’ 이다. 그런 행복이 저절로 생긴다면 그보다 고마운 일이 어디 있겠는가. 행복도 마치 감기바이러스처럼 으슬으슬 춥더니 열이 나고 기침을 하면 말이다. 그런데 감기처럼 저절로 얻어지는 행복도 있다. 다른 사람의 행복에 전염되면 된다. 메르스에 전염되고 싶은 사람은 있을 리 만무하지만 행복에 전염되고 싶지 않은 사람 또한 있을 리 만무하다.
고맙게도 행복은 전염된다. 가족과 친구 같이 가까이 사는 사람들 사이에서 강한 전염성을 갖고 급속도로 확산된다. 하버드 대학의 니컬러스 크리스타키스 교수와 캘리포니아대 제임스 파울러 교수는 ‘connected(행복은 전염된다)’라는 책에서 이 같은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에 따르면 행복감을 느끼는 친구가 1.6㎞(1마일) 안에 살면 자신의 행복감이 25% 늘어난다. 행복감을 느끼는 이웃이 옆에 살면 34%, 행복감을 느끼는 형제자매가 근처에 살면 14% 행복감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행복감을 느끼는 사람은 사회적 연결망의 중심에 서 있는 경향이 있으며 주변에 행복감을 느끼는 친구들을 많이 두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삶에서 자주 느끼는 감정이다. 어떤 사람과 산책하고 싶은가 묻는다면 고민을 짊어진 사람보다는 행복한 사람과 산책하고 싶다고 대답할 것이다.
“자녀가 어떤 사람이 되기를 바라나요?”
부모들도 내 아이가 행복한 아이가 되는 것을 가장 바란다. 최근에 만나는 부모들에게 “자녀가 어떤 사람이 되기를 바라나요?” 하고 물으면 거의 대부분이 “행복하게 살기를 바랍니다” 라고 답한다. “좋은 직장 가지고 돈도 많이 벌고”하는 대답은 이제 구식이다. 그런데 어떻게 하면 아이가 행복해지는지 부모확신이 잘 안 선다. 학습지를 찢어버리고, 간섭하지 않고, 옆집아이와 비교하지 않고, 아이를 혼낸 날은 반성문을 쓰고 그러다보면 아이가 행복해질까? 그러면 될까? 잘 모르겠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토록 어려운 부모역할에 행복의 강한 전염력을 이용하면 된다. 이웃이 행복하기만 해도 34%행복감이 높아진다는데 부모가 행복하다면 아이의 행복감은 도대체 몇 %나 상승하겠는가? 부모가 먼저 행복한 사람이면 된다. 부모가 살아가는 모습이 행복하다면 아이는 늘 부모가까이에 가고 싶어 한다. 우울하고 불행한 부모 가까이에 가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어떤 부모가 되려고 하기 전에 자신의 행복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아이가 행복해지기 위해 무엇을 사주고, 어떻게 놀아주고, 누구와 친구를 맺어주는 것에 전전긍긍하는 대신 부모가 행복해지면 그 행복이 전염된다.
워킹맘들은 “아이와 함께 보내주는 시간이 적어서 늘 죄책감을 느낀다”라고 걱정을 많이 한다. 저녁시간의 짧은 만남에서 아이의 행복에 기여하지 못하게 될까봐 오히려 과욕을 부리다가 아이에게 더 큰 상처를 주고 난 후 후회의 눈물을 흘리곤 한다. 그런 부모에게 부모가 자기 삶을 어떻게 보여주는가가 가장 중요하다도 말해준다. 직장 때문에 얼마나 힘든지를 보여주지 말고 직장 때문에 얼마나 행복한지를 아이가 느끼게 해주면 된다. 부모가 자아성취하고 스스로 행복하게 성장하며 삶을 이끌어가는 것만큼 훌륭한 부모역할은 없다. 아이가 저절로 부모의 행복을 롤모델링하면서 성장한다. 평생 직장맘의 딸로 자란 딸아이가 스무 살이 되더니 ‘엄마처럼 행복하게 살 거야’라는 편지를 써주었을 때 나도 20년간의 죄책감이 눈 녹듯이 사라졌다.
배우자와 서로 사랑하고, 형제자매와 의좋게 지내야 한다. 혜민스님이 ‘아버지들이여 자녀에게 존경받고 싶은가. 그렇다면 먼저 아내를 사랑하라.’라고 쓴 글을 본 적이 있다. 혼자 성장한다고 행복하지 않다. 가까운 사람들과의 친밀한 관계는 행복의 가장 큰 보탬이다. 그걸 보면서 아이는 인간관계를 맺는 방법을 배운다.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공감하고 나누고 협력하는 인성이 저절로 생긴다.
몇 가지를 덧붙이면, 아프면 다 소용없으니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취미나 여행처럼 즐거운 요소를 찾고 휴식을 가져야 한다. 집이나 직장 말고 카페, 도서관, 공연장 같이 나만의 제 3의 장소도 만들고 친구도 만나 유쾌한 수다도 즐겨야 한다. 그래서 자신의 삶이 행복해지면 부모노릇은 훨씬 쉬워진다. 아이도 부모의 행복에 전염되어 덩달아 행복해지기 때문이다. 아이의 삶을 들여다보느라 자신의 삶을 척박하게 내버려두지 말아야 한다. 부모의 삶이 밝고 따뜻하면 아이는 저절로 그 속으로 걸어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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