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25개월 딸이 친구와 놀고 있는데 친구가 밀치고 장난감을 던져 맞았습니다. 보고 있던 저는 너무 화가 났는데 아이는 속도 없는지 계속 그 친구와 놀려고 해요. 아이가 너무 순둥이다 보니 적절히...
Q. 25개월 딸이 친구와 놀고 있는데 친구가 밀치고 장난감을 던져 맞았습니다. 보고 있던 저는 너무 화가 났는데 아이는 속도 없는지 계속 그 친구와 놀려고 해요. 아이가 너무 순둥이다 보니 적절히 대처하지 못해서 다른 아이들이 계속 함부로 대할까봐 걱정됩니다.
전문가의 조언과 솔루션
아이 부모라면 한 번쯤 겪을 법한 일들입니다. 아이들은 꼭 갈등 때문이 아니라도 장난이나 실수로 서로를 때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를 지켜보는 부모들의 마음은 편치 않습니다. 속상한 마음에 처음에는 “누가 때렸어?” “왜 맞았어?”로 시작해서 나중에는 “넌 왜 가만히 있었어?” 더 심하면 “똑같이 한대 치지!” “그놈 지금 어딨어? 내 가만 안 둔다!”라며 아이 앞에서 분노를 터뜨리기도 합니다. 그러다 정작 당사자인 아이가 멀뚱멀뚱해하는 모습을 보면 “저렇게 순해 빠져서 험한 세상 어떻게 살까” 걱정이 밀려옵니다.
■ 그럼 아이가 친구에게 맞고 왔을 때 부모들이 어떻게 행동하는 게 좋을까요?
겪어보지 못한 상황을 갑자기 맞닥뜨리면 아이와 부모는 둘 다 감정에 휩싸이게 되죠. 그런데 이 때의 감정은 아이와 부모가 비슷할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아이와 부모가 서로 독립된 개별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이 때 중요한 것은 부모인 나의 감정에 휩쓸리지 말고 당사자인 아이가 느끼는 감정이 정확히 무엇인지 살펴보는 것입니다. 물론 애지중지 키운 아이가 맞고 온다면 어느 부모라도 속에서 천불이 나는 게 당연합니다. 하지만 이는 부모의 감정일 뿐 반드시 아이의 감정도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닙니다.
■ 부모의 감정이 앞서서 아이의 감정을 보지 못하는 경우
엄마가 자신의 감정에 휩싸여 정작 아이를 제대로 살피지 못하고 있는 경우는 의외로 자주 일어납니다. 엄마와 공원을 산책하던 아이가 큰 개가 자신을 향해 짖어대는 것을 보고 비명을 지르며 도망갔습니다. 그러자 엄마는 당장 개의 주인을 붙잡고 따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길 건너편에서 혼자 울고 있는 아이에게는 정작 눈길을 주지 못합니다. 지금 엄마 입장에서는 그것이 아이를 위한 행동이라고 믿고 있겠지요. 하지만 이 순간 정말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포근한 엄마의 품안에 안겨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는 것이 아닐까요?
■ 감정을 꼭꼭 씹어서 잘 소화시키면 지혜로 변한다.
모든 부모는 아이가 장차 어려움을 당했을 때 스스로의 힘으로 해쳐나갈 수 있는 힘을 기르기를 바랍니다. 그럼 이를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아이가 어려움을 겪을 때 밀려오는 감정을 본인 스스로 잘 느끼고 살펴보는 경험입니다. 감정을 잘 느끼고 살펴본다는 것은 음식을 꼭꼭 씹어서 잘 소화시키는 것과 같습니다. 소화되지 않은 음식은 배탈을 일으키듯, 소화되지 않은 감정은 반드시 문제를 일으킵니다. 하지만 음식을 잘 소화시키면 값진 영양분으로 변하듯 마찬가지로 잘 소화된 감정은 앞으로 닥쳐올 어려움을 극복해나갈 수 있는 지혜로 변합니다. 이것이 바로 흔히 상담치료라고 부르는 정신분석치료의 가장 기본적인 원리입니다. 이러한 고려 없이 무조건 아이를 보호하려고 취한 행동은 자칫 아이가 어려움을 해쳐나갈 지혜를 얻을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부모가 빼앗아 버리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 공감은 입이 아니라 가슴으로 하는 것
아이가 맞고 와서 울고 있는 모습을 보는 순간 부모의 마음속에서도 온갖 감정이 올라옵니다. 불쌍하고 슬프고 화가 나고 불안하고 당황스럽습니다. 하지만 이것들에 휩싸여 있는 동안에는 아이의 마음을 제대로 느낄 수 없습니다. 부모가 이러한 감정들부터 내려놓지 못한 상태에서 섣부르게 던지는 공감이나 위로의 말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이런 것들은 대게 빨리 아이의 울음을 멈추어서 그 상황에서 빠져나오고 싶은 부모의 조바심에서 비롯됩니다. 엄마는 벌벌 떨면서 ‘괜찮아, 괜찮아’ 아이를 안심시키려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보세요. 수술을 받으려는데 벌벌 떨면서 ‘괜찮으니까 걱정마세요.’라고 계속 떠드는 의사와 안정된 표정으로 묵묵히 집도하는 의사 중에 어느 쪽이 마음이 놓이시나요?
많은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공감의 말을 어떻게 해주어야 하는지 묻습니다. 그러나 공감은 말이 필요 없습니다. 공감은 말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달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저 아무 말 없이 아이의 곁을 지키며 아이의 감정을 나의 가슴으로 느껴보세요. 그러다보면 어느 순간 라디오 채널이 맞았을 때처럼 아이의 감정이 나의 가슴으로 밀려오는 것이 느껴질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공감입니다. 그렇게 공감이 이루어지고 나면 노력하지 않아도 저절로 공감의 말이 흘러나오게 됩니다. “많이 아팠구나! 너무 아파서 눈물이 터져 나왔네. 아프겠다” “정말 속상한가 보구나. 나라도 정말 울고 싶었을 거 같아”
울지 않고 멀뚱거릴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조용히 옆에 앉아 아이의 표정과 행동을 보며 아이의 감정을 느끼는 데 집중합니다. 그 아이는 상황 판단이 안 되어서 멍한 상태일 수도 있고 아프지만 씩씩한 아이가 되고 싶어서 견디고 있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혹은 친구와 계속 놀고 싶은 마음이 커서 화를 참고 있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아이가 어떤 상태인지 알 수 있는 방법은 아이의 감정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그러려면 부모로서의 감정을 내려놓아야합니다. 그렇게 아이 감정을 느끼려 노력하다보면 이런 말들이 흘러나올 수 있습니다. “엄마가 보기엔 많이 아파보였는데 울지 않는구나. 괜찮니?” 아직 말을 잘 하지 못하는 어린 아이는 부모의 질문을 듣고 갑자기 서러워져서 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엄마의 공감을 통해서 아이가 스스로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던 자신의 감정을 알아차릴 수 있게 된 것이니 반가운 일입니다. 따뜻하게 안아주고 계속 엄마 입을 통해 아이의 마음을 설명해주면 됩니다. “그래... 울고 싶었는데 못 울고 있었구나. 그만큼 많이 놀랬나보구나.” 혹은 아이가 ‘정말로 아무렇지도’ 않을 수도 있습니다. 마치 유치원생 주먹에 아무리 두드려 맞아봤자 끄떡없는 씨름선수처럼 말입니다. 만약 그런 것이라면 불안해하는 엄마보다 오히려 아이가 내면이 단단하고 안정되어있는 경우입니다.
■ 판사가 아닌 통역자의 마음으로
주의해야 할 것은 아이의 마음이 어떤지 꼬치꼬치 묻다보면 아이가 스스로 감정을 소화시킬 기회를 뺏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아이의 마음을 느끼는 것보다 부모 자신의 불안이 더 앞서 있을 때 이런 일이 일어납니다. 아무리 궁금해도 아이가 마음을 추스를 때까지는 재촉하지 말고 기다려주세요. 그리고 마음을 추스른 아이가 상황을 설명하면 잘 귀담아 들어주세요. 바로 그 순간이 아이가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보는 연습이 이루어지는 순간입니다.
어떤 아이들은 어른에게 일러서 친구를 혼내주고 싶어 합니다. 간혹 ‘우리 아이는 자기가 해결하지 않고 항상 엄마한테 와서 일러요’ 라고 고민하는 경우를 봅니다. 이는 아이들이 이전에 고자질을 해서 이득 본 경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아이가 스스로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어른으로 자라길 바란다면 부모는 시시비비를 가리는 ‘판사’가 아니라 아이가 자신의 마음을 상대 아이에게 설명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통역자’ 역할이 낫습니다. 감정을 말로 풀어내다보면 서로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게 되고 마음에 고인 화를 풀어낼 수 있습니다. 형제 자매 간의 싸움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이들 간의 다툼에서 보호자의 역할은 서로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도록 도와주는 다리 역할로 충분합니다.
■ 아이의 마음에 고인 화를 적절한 방법으로 표출할 수 있도록
아이에게 무조건 화를 참게 하는 것은 무조건 화를 내도록 가르치는 것만큼이나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소화되지 않은 감정은 언젠가 반드시 탈을 일으키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아이가 적절한 방법으로 화를 표출할 수 있게 도와주어야 합니다. 언어로 표출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아이들은 아직 언어 능력이 미숙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대신 몸을 충분히 쓰고 마음껏 소리 지를 수 있는 활동적인 놀이를 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그런데 평소에 점잖은 부모 밑에서 감정을 분출하는 것을 금지하도록 교육받아온 아이들은 그것마저도 어려워할 수 있습니다. 그럴 때는 아이가 활동적으로 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되 비록 아이가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더라도 재촉하지 않고 끈기 있게 기다려주는 자세가 마찬가지로 필요합니다.
어떤 경우라도 부모가 자신의 감정에 휩싸이는 순간부터는 아이의 마음을 돌볼 수 없게 됩니다. 왼쪽을 보고 있는 동안에 오른쪽을 볼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그러한 상황에서는 부모가 아무리 좋은 의도로 행한 것일지라도 아이의 마음에 상처를 남기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울고 있는 아이는 버려두고 개 주인과 싸우는 엄마처럼 말입니다. 부모가 자신의 감정을 아이가 느끼는 감정과 구별해내는 연습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입니다.

전문가 프로필_김학철 정신과 전문의
김학철 전문가는 정신과 의사이자 세 아이의 아빠. 자녀를 마음이 튼튼한 아이들로 키우기 위해 아내와 함께 주고받은 대화를 모아 ‘스스로 마음을 지키는 아이’라는 책을 냈다. 전문의가 된 후 첫 두 해는 안산에서 세월호 피해자들을 상담하는 일을 했으며 현재는 인천의 정신건강의학과 의원에서 일하면서 양평자유학교의 상담교사직을 맡고 있다.
원문 출처: 베이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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