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밤 10시가 넘어도 자지 않고 계속 놀아달라고 하는 아이 때문에 너무 힘이 듭니다. 퇴근 후 저녁시간을 서로 평화롭게 보내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Q. 밤 10시가 넘어도 자지 않고 계속 놀아달라고 하는 아이 때문에 너무 힘이 듭니다. 퇴근 후 저녁시간을 서로 평화롭게 보내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안 자려고 하는 아이
“이제 자자.”
“안 잘 거야. 더 놀 거야. 불 끄지 마.”
맞벌이 부모와 서너 살 아이가 있는 집의 밤 10시 쯤 풍경이다. 지친 하루를 마치고 돌아와 얼른 눕고 싶은 엄마아빠의 마음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 두세 시간을 아이가 해달라는 것 들어주고 구석구석 밀린 집안일 하느라 심신이 피곤하다. 집을 치우고, 음식을 하고, 저녁을 먹이고, 씻기고, 어린이집 가져갈 것들을 챙겨놓고 나면 9시가 넘어선다. 이제 엄마는 내 시간을 갖고 싶어진다. 친구에게 톡도 하고 싶고, 잘생긴 배우가 나오는 멜로드라마도 보고 싶다. 아이가 자동으로 들어가 자동으로 자면 좋으련만. 이제부터 놀자고 한다. 잠이 와서 눈가가 벌겋게 부었는데도 레고바구니를 쏟는다. 혼자 놀지 않는다. 엄마도 만들고 아빠도 출동하라고 한다. 어떻게든 재우려는 부모와 어떻게든 안 자려는 아이가 한바탕 전쟁을 치른 후 서로에게 화가 난 상태로 하루를 마감한다.
놀이가 고픈 아이
아이가 자지 않고 계속 놀자고 하는 문제를 상담하는 부모가 꽤 있다. 어떻게 하면 아이를 잘 재울 수 있는지를 묻는다. 따뜻한 물에 목욕을 시킬까요? 동화책을 몇 권까지 읽어줘야 하나요? 그런 것이 다 소용이 없다. 아이는 허기가 져서 못 자는 것이다. 부모와의 놀이가 고파서 그렇다. 잠이 오면 자야하고 배가 고프면 음식을 먹어야하듯이 아이들은 놀이가 고프면 어떻게든 놀아야한다. 놀면서 상상하고 대화를 나누고 즐거움을 느낀다. 아이에게 놀이는 정신의 경험이고 사회적 관계이다. 특히 부모와 놀이하는 것은 아이의 정신을 배부르게 한다. 부모와 놀면서 진정한 인간관계를 경험한다. 부모와 놀 때는 자기가 진짜 세상의 중심이 된다는 것을 아이가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양육은 양보다 질
양육은 양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질이 중요하다. 하루 종일 아이를 돌보는 것만이 최선의 양육은 아니다. 짧은 시간 아이와 보낸다해도 아이의 요구에 집중하면서 정신적 허기를 알뜰하게 채워주면 된다. 퇴근한 후 만난 아이와 지내는 동안 먹이고 씻기기만 하면 다 되는 줄 아는데 그건 아이가 바라는 바가 아니다. 그건 부모의 목표일뿐이다. 아이는 부모와 마주보고 웃고 떠들며 행복한 느낌을 공유하고 싶어한다. 그것을 하루 종일 바라면서 낮 시간을 어렵게 버텼다. 어린이집생활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놀만 하면 치우라하고, 잠들만 하면 깨서 간식 먹으라하는 게 아이의 낮 생활이다. 장난감을 친구와 나누어야하고 선생님의 사랑을 쪼개서 받아야한다. 이제 엄마아빠를 독차지하면서 제대로 놀아보고 싶은데 그걸 부모가 너무 몰라준다.
30분 놀이법
찔끔찔끔 놀아주는 것은 배고픈 아이에게 사탕을 물리는 것과 같다. 잘 차려진 밥 한 끼를 안 먹이고 과자부스러기로 때우는 것과 비슷하다. 놀이의 허기를 채우면 아이는 정신이 두둑해져서 푹 잠을 잔다. 이제 자도 되겠다고 스스로 안심한다. 놀이의 허기를 채울 수 있는 30분 놀이법이 있다. 30분간 진짜 놀이를 하는 것이다. TV도 보지 않고, 핸드폰도 건드리지 않고, 집안일도 덮어두어야한다. 어른들끼리 나누는 대화도 잠시 멈추는 것이 좋다. 30분 정도를 제대로 놀고 나면 아이는 스스로 불을 끈다.
- 서로 몸을 부딪치며 놀아야 한다.
- 아이가 좋아하는 놀이를 한다. 부모가 주도하는 것은 놀이가 아니다.
- 이불이나 보자기 등 일상 물건을 사용해서 즉흥적으로 놀면 좋다.
- 집에서 몸으로 할 수 있는 놀이 정보는 인터넷에 무수하다.
- 신체적으로 지나치게 흥분하지 않도록 한다.
- 놀이를 촉진하고 아이에게 반응해주는 대화법을 쓴다.
- 부모자신도 놀이의 즐거움에 빠져야한다.
아이의 뇌가 필요로 하는 놀이 영양소
이 30분 놀이법을 젊은 부모 여럿에게 조언해주었는데 효과가 제법 좋았다. 중요한 것은 놀이시간 30분을 끊지말고 지속적으로 유지해야 한다. 그리고 하루도 거르지 않은 것이 좋다. 놀이하는 시간을 일정하게 정해놓고 그것을 저녁시간 중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루어야한다. 어떤 날은 해주고 어떤 날은 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몸에 좋은 보약을 하루도 거르지 않고 꼬박꼬박 먹어야 효과가 있는 것과 같다. 아이가 몸이 자라기 위해 음식을 먹듯이 정신이 자라기 위해 놀이가 반드시 필요하다. 부모와 질 높게 놀이하는 것은 유기농식재료로 만든 슬로우푸드처럼 영양가가 최상이다. 한 아이의 부모가 되었으니 아이에게 꼭 필요한 놀이영양을 채워줘야하지 않겠는가. 저녁시간에 그 보다 중요한 일이 또 뭐가 있겠는가.

전문가 프로필_최명희 신구대학교 아동보육과 교수
최명희 전문가는 이화여자대학교 유아교육과에서 학사, 석사,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30여 년간 유아교육 현장과 보육정책 분야의 다양한 영역에서 일했다. 현재는 신구대학교 아동보육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생애초기의 삶을 살아가는 소중한 생명체인 영유아와 그들에게 세상을 만나게 해주는 부모, 교사의 역할에 대해 연구하고 나누는 일에 전념하고 있다. 많이 읽히는 저서로 「아이와 통하고 싶다」, 「교사다움」이 있다.
원문 출처: 베이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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