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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 네 살 ‘청개구리’아이

미운 네 살 ‘청개구리’아이 베이비뉴스
AI 요약

Q. 4살 딸아이 엄마입니다. 말도 듣지 않고 청개구리처럼 반대로 행동해서 속상하고, 정서적으로 문제가 있는건지 걱정도 됩니다.

Q. 4살 딸아이 엄마입니다. 말도 듣지 않고 청개구리처럼 반대로 행동해서 속상하고, 정서적으로 문제가 있는건지 걱정도 됩니다.

전문가의 조언과 솔루션

■ 청개구리 아이? 당연하고 반드시 필요한 과정

‘미운 네 살’이라는 말이 딱 맞을까? 부모가 뭘 시켜도 안 듣는 시기가 있습니다. 아침에는 더럽지도 않은 손을 씻겠다면서 아까운 물 틀어놓고 물장난하는 것을 간신히 참아주었는데 정작 놀이터에서 들어와 흙 범벅이 된 손을 씻으라고 하니 “싫어!”하고 고개를 획 돌립니다. 좋은 말로 달래다 안 되면 “병균이 뱃속에 들어가서 ‘아야’한다!”으름장도 놓아보지만 아이는 고집을 굽히지 않습니다. 엄마의 속이 부글부글 끓기 시작합니다. 억지로 끌고 가자니 울고불고 난리치는 걸 감당하기 만만치 않을 것 같고 그대로 놔두자니 건강도 건강이지만 이대로 안 좋은 버릇이 들까봐 또 걱정이 됩니다. 아예 기어 다닐 때였으면 ‘어리니까 뭘 몰라서 그렇지.’하고 참아주겠는데 이제 말귀도 알아듣고 눈치도 빤한 녀석이 그러니 더 열불이 납니다. 네, 맞습니다. ‘청개구리 짓’은 바로 아이가 말귀도 알아듣고 눈치도 빤해지는 바로 그 시기에 나타나야 하는 ‘정상적인’ 발달과정입니다.

두 돌이 지나면 아이는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정신적, 신체적 능력을 갖게 됩니다. 외계어나 다름없던 어른들의 대화도 대충 알아들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고개도 못 가눌 정도로 무력하던 처지에서 이제는 뜀박질도 할 능력이 생겼으니 천지가 개벽한 셈입니다. 우리가 어느 날 스파이더맨이 되어 빌딩 사이를 날아다닌다면 아마 그런 기분일까요? 이렇게 자신감으로 가득 찬 아이는 더 이상 세상이 예전만큼 무섭지 않습니다. 안전하고 포근한 엄마의 품에서 벗어나 모험을 시작할 용기가 생겼다는 뜻입니다. 세상에 나올 준비가 된 아이는 이제껏 자신을 보호해주던 엄마에게 대놓고 반항을 시작합니다. 세상에 나올 준비가 된 병아리가 이제껏 자신을 보호해주던 껍질을 깨뜨리듯 말입니다.

그런데 종종 병아리는 나올 준비가 되었는데 껍질은 아직 깨질 준비가 안 된 경우를 봅니다. 깨지기는커녕 오히려 병아리가 발버둥을 치면 칠수록 단단하게 병아리를 움켜쥐기도 합니다. ‘너는 아직 세상에 나오기에 너무 약해. 좀 더 내 안에서 보호 받아야만 해’하면서 말입니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껍질이 깨어지지 않으면 병아리는 이를 받아들입니다. ‘맞아, 난 역시 너무 약해. 껍질조차 깰 힘도 없는 주제에 밖에 나갔다가 무슨 큰일을 당하려고.’ 그리고 발버둥치기를 포기합니다. 엄마에게 반항을 멈추고 순응하기 시작합니다. 그럼 엄마는 ‘훈육’이 잘 되어서 아이가 착해졌다고 기뻐합니다.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알을 깨뜨리는 데 실패한 아이의 자신감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집니다. 역시 세상은 무서운 곳이고 엄마 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습니다. 엄마는 아이가 왜 이렇게 숫기가 없을까 걱정하며 ‘너도 다른 아이들하고 어울려 놀아봐!’하고 아이의 등을 떠밀어 보지만 아이는 더더욱 움츠려들 뿐입니다. 억지로 어울리게 해보아도 기를 못 피고 다른 애들에게 당하기만 합니다. 당연한 일입니다. 알 속에 들어앉은 병아리가 스스로의 힘으로 당당히 껍질을 깨뜨리고 나온 병아리들과 상대가 될 리가 없으니까요. 이제 엄마는 ‘우리 아이는 착하고 말은 잘 듣는데 너무 숫기가 없어요.’라며 걱정합니다.

■ “그럼 아이가 고집을 부리면 무작정 받아주란 말인가요?”

물론 원칙은 있습니다. 목숨이 걸린 일이나 회복되지 않을 만큼 큰 부상을 입을 게 예상된다면 당연히 말려야합니다. 타인에게 큰 피해를 끼칠 만한 일이어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그 이외의 일은 일단 아이의 뜻을 존중해 줄 필요가 있습니다. 이것이 엄마가 맞닥뜨리는 가장 어려운 과제입니다. 바로 엄마 자신의 불안과 싸워야 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다 자란 병아리를 세상에 꺼내 놓지 못하는 것은 바로 엄마의 불안 때문입니다. 하지만 내리막길에서 함부로 뛰다가 넘어져 무릎이 까져 본 아이는 그 후로는 뛰라고 해도 뛰지 않습니다. 흙 묻은 손으로 음식을 집어먹다 흙을 씹어 본 아이는 다음에는 시키지 않아도 손을 씻고 옵니다. 그런데 불안이 많은 엄마는 아이가 이렇게 ‘몸으로’ 배우는 과정을 편안하게 지켜보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그 소중한 기회를 빼앗아버립니다.

■ “그러다 혹시 아이가 버릇이 나빠져서 커서도 그러면 어떡해요?”

다행인 것은 아이가 이렇게 반항하는 시기가 그리 길지 않다는 것입니다. 스파이더맨이라도 된 듯 의기양양하던 아이는 시간이 흐르면서 자신의 능력이 아직 부족하다는 것을 저절로 깨닫습니다. 고집을 부려서 뛰어보니 넘어져서 무릎에 멍이 들고, 떼를 써서 엄마한테는 먹혔던 일인데 유치원에서는 어림없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그런 과정을 통해 아이는 자연스럽게 자신의 한계를 받아들이게 됩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구분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을 겪을 기회를 빼앗긴 아이에게는 갓난아이 때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세상에 ‘할 수 없는 일’밖에 없습니다. ‘나는 약하고 힘이 없으니’ 엄마에게 모든 것을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나마 엄마가 뒤늦게라도 상황이 잘못되었다는 걸 깨달으면 다행입니다. 정말 심각한 경우는 아이가 자신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는 모습을 보며 엄마가 오히려 안심하고 만족스러워하는 경우입니다. 이는 자존감이 부족한 엄마가 자신에게 의존하는 아이를 통해서 부족한 자존감을 채우려고 할 때 벌어지는 일입니다.

■ “그럼 커서도 여전히 버릇이 없고 제멋대로 하려는 아이는 어떤 경우인가요?”

원래는 ‘안 되는 일’인데 엄마가 곤란한 상황을 피하기 위해 허용해주는 일이 반복되었을 때 버릇없는 아이가 됩니다. 대표적인 경우가 공공장소에서 아이가 울고 불며 떼를 부릴 때입니다. 보는 눈이 많다보니 엄마로서는 참 곤란한 상황입니다. 그래서 원칙을 깨고 아이의 요구를 들어줌으로써 당장 곤란한 상황을 모면합니다. 그럼으로써 그 순간 아이에게 ‘떼를 부리면 원칙도 깨질 수 있다.’라는 사실을 가르치는 셈입니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아이는 원하는 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떼를 쓰면 된다고 생각하게 되고 만약 요구가 들어지지 않으면 더욱 더 ‘열심히’ 떼를 쓰면 될 거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 “아까는 무조건 허용해주라는 식으로 얘기하더니 이제는 울고불고 해도 들어주지 말라니 도대체 어쩌라는 건가요?”

그래서 원칙이 중요한 것입니다. 아무리 아이가 울고불고 떼를 써서 곤란한 처지가 되더라도 전기톱을 갖고 노는 것을 허용해줄 엄마는 없을 것입니다. 불구가 될 수도 있고 타인을 다치게 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원칙을 정할 때는 처음부터 ‘하늘이 무너져도 반드시 지켜야 할 만큼’ 중요한 가치를 지닌 것들로만 구성해야합니다. 엄마가 곤란한 상황이라고 해서 깨질 수 있는 원칙이라면 차라리 처음부터 허용해주는 것이 낫습니다.

제대로 된 훈육은 반드시 지켜야 할 최소한의 원칙만 세우고 나머지 자잘한 것들은 모두 허용해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세워진 원칙은 ‘하늘이 무너져도’ 지켜야만 합니다. 만약 어떤 상황에서는 지키는 것이 어렵게 느껴지는 원칙이 있다면 애초에 원칙을 너무 엄격하게 정한 것이니 수정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어떤 경우라도 전기톱을 갖고 노는 게 허용되지 않듯 어떤 곤란한 상황이 벌어져도 반드시 지킬 수 있는 원칙으로 말입니다.

■ “그렇게 허용해주다 보면 과연 아이가 말을 들을까요?”

청소년이 되어서도 계속 떼를 부리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이런 아이들은 앞서 얘기했듯 떼를 부리면 원칙이 깨지는 것을 반복해서 경험한 아이들입니다. 바꿔 말하면 떼를 부려서 원칙을 깨뜨려도 문제가 생기지 않을 정도로 사소한 일에 지나치게 엄격한 원칙을 부모가 적용했던 경우입니다. 지나치게 엄격한 원칙은 그것에 짓눌려 무기력해진 아이를 만들거나 아니면 정반대로 떼를 부리는 아이를 만들거나 둘 중에 하나입니다. 반면에 최소한의 원칙 이외에 모든 것이 허용되는 분위기에서 자란 아이는 떼를 부릴 일 자체가 별로 없습니다. 그리고 간혹 원칙에 어긋나는 일을 요구해서 거절당하더라도 비교적 쉽게 받아들입니다. 그 이외에 허용되는 것들이 잔뜩 있는데 쓸데없는 데 힘을 뺄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제껏 엄마가 아이를 위해서 엄마 본인의 불안을 견디면서 양보해주는 것을 보고 배웠기 때문에 아이도 쉽게 양보를 합니다. 하지만 평소에 지나치게 엄격한 원칙 속에서 허용되는 것이 거의 없이 자란 아이들은 온 힘을 다해 반항을 해야만 겨우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에 사소한 것에도 온 힘을 다해 떼를 쓰는 것이 습관화 됩니다.

■ “그럼 도대체 아이가 쓸데없는 고집을 부릴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아이가 고집을 부린다는 것은 무기력한 아기의 상태를 벗어나서 한 명의 주체적인 인간으로서의 의지를 갖게 되었다는 뜻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 사실을 받아들이고 되도록 아이의 의지를 존중해주자고 마음을 먹어도 그게 생각처럼 쉽지는 않습니다. 가령 마시라고 준 우유를 테이블에 쏟아놓고 손가락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는 걸 보면 그냥 놔두고 보기가 어렵습니다. 분명히 위험하거나 남을 헤치는 행동은 아닌데 왜 그럴까요? 허용해주다 보면 계속 그런 행동을 할까봐 걱정이 되어서라구요? 곰곰이 생각해보세요. 네 살 때 우유를 엎질러서 그림을 그리는 걸 놔둔다고 해서 아이가 중학생이 되어서도 계속 그럴까요? 아마 그 나이가 되면 일부러 시켜도 엄마가 싱거운 소리 한다면서 안 할 겁니다. 그럼 왜 우유를 엎질러서 장난치고 있는 모습을 그냥 보고 있기가 어려울까요? 네, 맞습니다. 뒤처리는 결국 엄마의 몫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 청개구리 시기는 책임감을 배울 수 있는 가장 좋은 시기

아이의 뜻을 존중해주라는 말은 그 결과에 대하여 아이 스스로 책임질 수 있도록 도와주라는 의미가 들어있습니다. 아이가 책임지도록 한다는 말은 ‘네가 저지른 일이니 한 번 당해봐라.’가 아닙니다. 사람은 어떤 의지를 갖고 무엇인가를 행할 때 반드시 그것에 따라오는 대가를 치러야만 합니다. 그것은 인생의 원칙입니다. 살을 빼려면 맛있는 음식을 포기해야하고 좋은 성적을 얻고 싶으면 게임하는 시간을 포기해야만 합니다. 아이가 무엇이 되었든 자신의 의지를 내세우는 그 순간은 바로 이러한 인생의 원칙을 깨닫게 도와줄 수 있는 멋진 기회입니다.

아이가 우유로 장난을 치려고 한다면 말리지 말고 대신 엎질러진 우유를 스스로 치워야 한다는 사실을 알려주세요. 장난에 몰입한 아이는 귓등으로 흘려들을 수도 있습니다. 그럼 아이의 손을 붙잡고 눈을 맞춘 상태로 다시 한 번 이야기 해주세요. 그리고 아이가 스스로 치우겠다고 약속을 하면 손을 놔줍니다. 아이는 실컷 장난을 치고 난 후에는 십중팔구 약속을 잊어버리고 다른 것에 정신이 팔려 있을 겁니다. 그럼 다시 약속을 상기시켜줍니다. 그리고 행주가 있는 위치를 가르쳐주고 아이가 그것을 꺼내어 우유를 닦는 과정을 하나하나 일러주면서 스스로 우유를 닦을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물론 고사리 손으로 하는 행주질은 서툴기 짝이 없을 것입니다. “차라리 내가 하고 말지!”하고 행주를 빼앗아 대신 닦아주고 싶은 마음도 들 것입니다.

하지만 이는 ‘원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는 그만한 대가를 치러야한다’는 인생의 원칙을 아이가 깨달을 기회를 빼앗는 것입니다. 물론 부모의 입장에서는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하므로 귀찮은 일입니다. 그러나 지금 당장 부모가 들이는 약간의 수고로움은 그렇게 하지 않았을 때 훗날 감당해야할 무거운 결과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리고 그 수고로움은 시간이 흐를수록 빛나는 결과로 다가올 것입니다. ‘스스로 선택하고 그 결과를 당당히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를 지닌 늠름한 아이의 모습으로 말입니다.

전문가 프로필_김학철 정신과 전문의

김학철 전문가는 정신과 의사이자 세 아이의 아빠. 자녀를 마음이 튼튼한 아이들로 키우기 위해 아내와 함께 주고받은 대화를 모아 ‘스스로 마음을 지키는 아이’라는 책을 냈다. 전문의가 된 후 첫 두 해는 안산에서 세월호 피해자들을 상담하는 일을 했으며 현재는 인천의 정신건강의학과 의원에서 일하면서 양평자유학교의 상담교사직을 맡고 있다.

원문 출처: 베이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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