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은 잘 먹는데 체중이 늘지 않는 아이, 혹시 성장부진?
자녀가 또래 친구들과 비교하여 성장이 부진하여 속상해서 내원하는 부모님들이 부쩍 많아지셨습니다. 하지만 몇 년 전과 비교하여 고민하는 성장부진의 이유가 조금 달라졌습니다. 이전에는 ‘아이가 밥을 안 먹어서, 편식해서 키가 안 크는 거 같아요’ 라면서 내원하셨다면, 요즘은 ‘아이가 밥은 잘 먹는데, 왜 살이 안찔까요?’ 라는 고민을 안고 오십니다. 다른 병원에 가면 클 때 되면 큽니다란 말은 들었지만, 도무지 걱정이 해결되지 않아 찾아오신거죠. 틀린 말은 아니지만, 성장이 늦어지는 이유는 찾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잘 먹는 우리 아이,
왜 키가 안 크는 걸까요?
최근에는 식사를 통한 영양섭취도 충분하고, 유산균과 비타민D, 오메가3등의 영양제도 꾸준히 챙겨주시니, 영양이 부족해서 안 크는 아이들은 찾아보기 어려운 정도입니다. 식사습관 개선방법에 대해서도 책이나 대중매체 등을 통해 많이 알려져 있어, 식사시간을 지키지 못하거나, 편식하는 아이들도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그런데 왜, 영양분도 충분하고, 식습관도 좋은데, 우리 아이는 키가 안 크는 걸까요?
한의학적으로 살펴보면 밥은 잘 먹는데 키가 안 크는 경우는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바로 식체위완(食滯胃脘). 비허습담(脾虛濕痰), 신음허(腎陰虛) 입니다. 말이 조금 어렵지만, 하나씩 알아보면서 우리 아이가 어디에 해당하는지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첫째, 식체위완(食滯胃脘)은 식체, 즉 체기가 위장에 남아있어 새로운 음식을 섭취해도 영양분이 그대로 빠져나가는 증상입니다. 이는 급체와는 달라서 일반소화제 등으로는 해소되기 어렵습니다. 위장의 운동을 활성화시키고, 당분간 소화되기 쉬운 음식을 먹거나, 음식을 잠깐 줄이는 방법을 통해 만성적인 체기를 해결해야 합니다. 평소에 먹기를 좋아해서 급하게 먹거나, 기름지거나 튀긴 음식을 좋아하는 친구들이라면 우선적으로 고민해봐야 하는 원인입니다. 문제는 기본적으로 소화기가 건강한 친구들이기 때문에 체하는 등의 증상이 보이지 않고 만성적으로 체기가 쌓여 뒤늦게 발견되곤 합니다.
식체위완의 치료법은 두단계로 이루어집니다. 우선 쌓여있는 체기를 제거해주어야 합니다. 체기를 내려주는 한약은 물론 기름진 음식과 야식을 줄이고, 소화되기 쉬운 음식을 준비해주어야 합니다. 다음에는 그동안 힘들었던 소화기를 성장을 위한 영양분을 흡수할 수 있게 정돈해주게 됩니다. 물론 영양분이 풍부한 음식을 주는 것도 중요하지요. 원래부터 건강한 친구들이었기 때문에, 치료도 오래 걸리지 않고, 좋은 성장세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둘째, 비허습담(脾虛濕痰)은 위장기능이 뛰어나지 않은 친구들이 마찬가지로 기름진 음식이나 소화되기 어려운 음식 등을 오랫동안 섭취하여, 습담(濕痰)을 형성한 상태입니다. 습담이란 몸 안에 정체되어있는 노폐물을 의미합니다. 이 원인에 속하는 친구들도 음식을 좋아하지만, 식사 후에 눕기를 좋아하고 움직이는 것을 꺼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물어보면 몸이 무겁다고 하거나 자꾸 피곤하다고 호소합니다. 외견상의 특징은 대부분 피부가 하얗고 물살이 많습니다. 간혹 구취가 있거나 혀에 백태가 보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비허습담의 치료법은 몸을 따듯하게 해주고, 습담을 제거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집니다. 물살이 많은 만큼, 활용되지 못한 채 남아있는 영양분을 성장을 위한 비료로 사용하게 됩니다. 아이들은 식욕을 조절하기 어렵고 살을 빼는 것은 좋지 않기 때문에, 체중은 그대로 두고, 키만 크도록 유도해주면 좋은 성장세로 접어 들 수 있습니다. 부모님들이 많이 걱정하시는 유형이지만, 가장 잘 클 수 있는 친구들이기도 합니다.
마지막 세 번째는 신음허(腎陰虛) 유형입니다. 한의학에서 신장은 선천적으로 물려받은 기운을 의미합니다. 영유아부터 유소년기까지 가장 중요한 토대가 되는 기운입니다. 하지만 또래보다 조금 부족하게 타고나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잦은 감기에 걸리거나, 감기에만 걸리면 기관지염이나 폐렴 등으로 이환이 되는 경우가 많지요. 유행하는 전염병은 꼭 한 번씩 걸리고 넘어가서 고생하곤 합니다. 밥은 잘 먹어도 혈색이 창백하다거나 손발이 찬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들은 대부분 더위를 타는데, 드물게 추위를 타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이러한 유형의 친구들에게 필요한 것은 꾸준한 보충이 필요합니다. 유산균과 비타민D는 물론이고, 영양분이 풍부한 과채부터 육류까지 가리지 않고, 아낌없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음식을 통해서 흡수하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장기적인 한약치료가 필요합니다. 선천적으로 작게 태어난 친구들에게는 신음(腎陰)을 보충해주고, 시력이 빠르게 떨어져 어릴 때부터 안경을 쓰거나, 쉽게 피로한 친구들은 간기(肝氣)를 보충해주어야 합니다. 또한 손발이 차고 추위를 타는 친구들은 양기(陽氣)를 보충해주어 면역력과 성장을 동시에 보조해주어야 합니다.
잘 먹는 친구들은 잘 클 수 있는 비료는 마련되어있지만, 성장에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체기로 남아있거나, 단단하지 못한 물살로 가거나, 잔병치레에 소모하는 것이 바로 그 이유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클 때 크겠지란 마음으로 마냥 지켜보기엔 적절하지 못한 때도 많습니다. 부모님이 주치의 선생님과 함께 작은 부분이라도 개선해 나가면 매년 다른 성장세를 보여줄 수 있습니다.
완연한 겨울이 찾아왔습니다. 보통 여름에는 키성장이, 겨울에는 체중성장이 이루어지는 시기라고 말합니다. 저장하고 아껴서 다음 봄을 준비하는 계절이 겨울입니다. 금방 3월이 오고 환절기가 찾아옵니다. 미세먼지나 황사 때문에 이전보다 환절기에 고생하는 친구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기본적인 위생관리인 마스크와 손씻기를 통해 잦은 잔병치레를 줄여나가기만 해도 키 체중 성장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2019년엔 부모와 아이 모두 아프지 않고 쑥쑥 커나가는 새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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