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영 칼럼] 허벅지 주름이 다르면 고관절 이형성증일까요?](https://www.ibabynews.com/news/photo/202608/153827_119940_1811.jpg)
“아기의 허벅지 주름이 양쪽이 다릅니다.”
진료실에서 자주 듣는 이야기입니다.
“왼쪽 허벅지에 주름이 하나 더 있습니다.”
“오른쪽 주름이 더 깊고 길어 보입니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고관절 탈구일 수 있다고 해서 걱정되어 왔습니다.”
휴대전화로 아기의 허벅지를 여러 각도에서 촬영하고, 인터넷에 올라온 다른 아기의 사진과 비교하며 걱정하다 병원을 찾는 부모도 적지 않습니다.
부모의 걱정은 한 가지입니다.
‘혹시 우리 아이의 고관절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허벅지 주름이 다르다는 사실만으로 발달성 고관절 이형성증(Developmental Dysplasia of the Hip, DDH)을 진단할 수는 없습니다. 반대로 주름이 대칭이라는 이유만으로 DDH가 없다고 판단할 수도 없습니다.
허벅지 주름은 부모가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신호이지만, DDH를 판단하는 여러 단서 가운데 하나일 뿐입니다.
◇ ‘고관절 탈구’와 발달성 고관절 이형성증은 같은 말일까요?
부모들은 흔히 ‘고관절 탈구’라는 말을 사용하지만, 발달성 고관절 이형성증이 모두 고관절 탈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고관절은 골반의 오목한 부분인 비구 안에 넓적다리뼈의 둥근 끝부분인 대퇴골두가 들어가 움직이는 관절입니다.
발달성 고관절 이형성증은 이 관절이 정상적으로 발달하지 못한 상태를 폭넓게 가리킵니다. 비구의 발달이 충분하지 않은 비교적 경미한 상태부터 고관절이 불안정한 상태, 대퇴골두가 부분적으로 벗어난 아탈구, 완전히 빠진 탈구까지 다양한 정도를 포함합니다.
따라서 발달성 고관절 이형성증과 고관절 탈구를 같은 의미로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고관절 탈구는 발달성 고관절 이형성증의 여러 형태 가운데 심한 형태에 해당합니다.
또한 DDH는 영아기에 통증이나 뚜렷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부모가 눈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는 허벅지나 엉덩이 주름의 차이가 걱정의 출발점이 되곤 합니다.
◇ 정상 아기에게도 허벅지 주름은 다를 수 있습니다
아기의 허벅지와 엉덩이에는 피부가 접히면서 여러 개의 주름이 생깁니다.
이 주름의 개수와 깊이, 길이와 위치는 피부 두께와 피하지방의 분포, 다리 자세와 근육의 긴장 정도 등에 영향을 받습니다. 통통한 아기는 주름이 더 많거나 깊게 보일 수 있고, 아기의 다리를 놓는 자세에 따라서도 좌우 차이가 달라 보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허벅지 주름 비대칭은 고관절이 정상인 영아에서도 관찰될 수 있습니다.
한쪽 허벅지에 주름이 하나 더 있거나 위치가 조금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DDH라고 판단할 수 없으며, 주름의 모양만으로 고관절 초음파 결과를 예측하는 것도 어렵습니다.
◇ 그렇다면 의사는 왜 허벅지 주름을 살펴볼까요?
허벅지 주름이 DDH의 진단 기준은 아니지만, 고관절을 조금 더 주의 깊게 살펴보게 하는 보조적인 신체진찰 소견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쪽 고관절에 탈구나 심한 불안정성이 있는 경우 대퇴골두의 위치, 다리 길이와 고관절 움직임이 달라지면서 허벅지나 엉덩이 주름이 비대칭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상 영아에서도 같은 모습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양쪽 고관절에 문제가 있거나 이상이 경미한 경우에는 주름이 오히려 대칭으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허벅지 주름은 진찰을 시작하게 하는 단서일 수는 있지만 진단의 결론은 아닙니다.
◇ 연구에서도 ‘주름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말합니다
허벅지 주름 비대칭의 실제 진단 가치를 살펴본 연구들이 있습니다.
2019년 한 연구에서는 생후 4~12개월 영아 584명을 분석하였습니다. 이 가운데 458명은 다른 뚜렷한 이상 없이 허벅지 안쪽 주름이 비대칭이라는 이유로 의뢰되었는데, 이 집단에서는 DDH가 진단되지 않았습니다. 연구진은 허벅지 안쪽 주름 비대칭만으로 DDH를 예측하기는 어렵다고 보고하였습니다.
2020년의 다른 전향적 연구에서도 다른 신체진찰 이상 없이 허벅지 주름만 비대칭인 영아의 대부분은 정상 고관절을 보였습니다. 이 연구에서도 비대칭적인 허벅지 주름을 단독으로 이용했을 때 DDH를 예측하는 능력은 낮았습니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종합하면 현재 근거는 비교적 일관됩니다.
허벅지 주름 비대칭은 DDH를 의심하게 하는 보조 소견이지만, 이것만으로 DDH를 진단하거나 배제하기에는 정확도가 충분하지 않습니다.
◇ 국제 진료지침은 무엇을 중요하게 볼까요?
미국정형외과학회의 임상진료지침은 DDH를 조기에 발견하기 위해 위험인자, 연령에 따른 신체진찰과 필요한 영상검사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도록 권고합니다.
모든 신생아에게 일률적으로 고관절 초음파를 시행하기보다는 둔위 병력, DDH 가족력 또는 신체진찰에서 확인되는 고관절 불안정성과 같은 중요한 위험요인을 고려하여 영상검사의 필요성을 판단하는 방식입니다.
또한 출생 직후 고관절 진찰이 정상이었다고 해서 평가가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영아기 성장 과정에서 고관절을 반복해서 관찰하고 진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미국소아과학회 역시 이와 같은 지속적인 관찰을 강조합니다. 생후 초기에는 고관절의 불안정성을 확인하는 진찰이 중요하고, 월령이 증가하면서는 고관절이 충분히 벌어지는지와 양쪽 다리 길이에 차이가 있는지가 더욱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즉, 국제 진료지침에서 중요한 것은 허벅지 주름의 개수가 아니라 아기의 월령, 고관절의 안정성과 움직임, 다리 길이, 위험인자와 필요한 경우 영상검사 결과를 함께 평가하는 것입니다.
◇ 허벅지 주름보다 더 중요하게 보는 소견이 있습니다
1. 한쪽 다리가 잘 벌어지지 않습니다
생후 수개월이 지나면 고관절 외전 제한, 즉 한쪽 다리가 반대쪽만큼 충분히 벌어지지 않는 소견이 DDH를 의심하는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아기를 바로 눕히고 양쪽 고관절과 무릎을 구부린 뒤 다리를 부드럽게 벌렸을 때 한쪽이 다른 쪽보다 뚜렷하게 덜 벌어진다면 전문적인 평가가 필요합니다.
특히 월령이 증가할수록 단순한 주름 비대칭보다 이러한 움직임의 차이가 더 중요합니다.
2. 한쪽 다리가 짧아 보입니다
아기를 바로 눕힌 상태에서 양쪽 고관절과 무릎을 구부려 무릎 높이를 비교했을 때 한쪽 무릎이 더 낮아 보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를 Galeazzi 징후라고 하며, 한쪽 고관절 탈구나 대퇴골 길이 차이 등이 있을 때 나타날 수 있습니다.
물론 무릎 높이가 다르다는 사실만으로 DDH가 확진되는 것은 아니지만, 허벅지 주름의 차이보다 적극적인 평가가 필요한 소견입니다.
3. 생후 초기 고관절의 불안정성이 확인됩니다
생후 초기에는 의료진이 고관절을 부드럽게 움직이면서 대퇴골두가 비구에서 빠질 정도로 불안정한지, 또는 빠져 있는 대퇴골두가 비구 안으로 들어오는지를 평가합니다. 이러한 진찰에 사용되는 대표적인 방법이 Barlow 검사와 Ortolani 검사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고관절을 움직일 때 들리는 단순한 ‘딸깍’ 소리와 실제 고관절 불안정성은 다르다는 점입니다.
소리가 난다는 사실 자체가 DDH를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의료진이 중요하게 판단하는 것은 단순한 관절음이 아니라 대퇴골두가 실제로 움직이면서 느껴지는 명확한 불안정성입니다.
4. 중요한 위험인자가 있습니다
DDH 평가에서 특히 중요하게 고려하는 위험인자로는 둔위 병력과 DDH 가족력이 있습니다. 신체진찰에서 고관절 불안정성이 확인되는 경우 역시 영상검사가 필요한 중요한 상황입니다.
미국정형외과학회는 이러한 위험요인이 있는 영아에서 생후 6개월 이전 영상검사를 시행하는 것을 지지합니다.
따라서 허벅지 주름이 대칭으로 보이더라도 중요한 위험인자가 있다면 필요한 평가를 받아야 합니다.
◇ 허벅지 주름이 다르면 초음파를 꼭 해야 할까요?
부모님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부분입니다.
허벅지 주름이 다르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모든 아기에게 고관절 초음파가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허벅지 주름의 비대칭은 정상 아기에서도 비교적 흔하게 관찰될 수 있으며, 이것만으로 DDH를 진단할 수는 없습니다.
영상검사가 필요한지는 허벅지 주름 하나가 아니라 아기의 월령, 고관절 신체진찰 소견, 둔위 병력, 가족력과 같은 주요 위험인자를 함께 고려하여 판단해야 합니다.
다만 영아의 고관절 신체진찰은 검사자의 숙련도와 아기의 자세·긴장 상태 등에 영향을 받을 수 있으며, 신체진찰만으로 모든 DDH를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진찰 결과가 명확하지 않거나 DDH가 의심되는 경우에는 초음파를 이용한 확인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허벅지 주름이 대칭이라고 해서 고관절이 반드시 정상이라는 뜻도 아닙니다. 둔위 병력이나 가족력과 같은 주요 위험인자가 있거나 신체진찰에서 이상이 확인된다면 주름이 대칭이더라도 필요한 영상검사를 생략해서는 안 됩니다.
어떤 영상검사가 적절한지는 아기의 월령에 따라서도 달라집니다. 어린 영아에서는 연골로 이루어진 고관절을 직접 평가할 수 있는 초음파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성장하면서 대퇴골두의 골화가 진행되면 골반 X-ray가 더 적절한 검사로 선택되는 시기가 있습니다.
따라서 중요한 질문은 단순히 ‘허벅지 주름이 다르니 초음파를 해야 하는가?’가 아닙니다.
‘이 아이에게 DDH의 위험인자가 있는가, 진찰에서 의심되는 소견이 있는가, 그리고 영상검사로 확인할 필요가 있는가?’를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결국 허벅지 주름은 DDH를 의심하게 하는 하나의 단서일 수 있지만, 초음파 시행 여부를 단독으로 결정하는 기준은 아닙니다.
◇ 부모가 집에서 어떻게 확인해야 할까요?
부모가 목욕이나 기저귀를 갈아주는 과정에서 아기의 허벅지와 엉덩이 주름을 살펴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그러나 주름의 개수를 매일 세거나 인터넷에서 다른 아기의 사진을 찾아 반복해서 비교하는 것은 DDH를 판단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또한 좌우 차이를 확인하기 위해 아기의 다리를 억지로 벌려서도 안 됩니다. 아기가 울거나 몸에 힘을 주면 정상적인 고관절도 덜 벌어질 수 있고, 보호자가 집에서 고관절의 움직임을 정확하게 평가하기도 어렵습니다.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의료진의 평가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 한쪽 다리가 지속적으로 반대쪽보다 잘 벌어지지 않는 경우
• 한쪽 다리가 짧아 보이거나 양쪽 무릎 높이가 다른 경우
• 한쪽 다리의 움직임이 지속적으로 적어 보이는 경우
• 허벅지 또는 엉덩이 주름 비대칭과 다른 이상 소견이 함께 있는 경우
• 둔위로 있었던 경우
• 부모나 형제자매에게 DDH 병력이 있는 경우
• 영유아건강검진에서 고관절 이상 가능성을 들은 경우
◇ 부모님께 드리고 싶은 말씀
허벅지 주름은 부모가 쉽게 발견할 수 있기 때문에 조금만 달라도 걱정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허벅지 주름은 정답이 아니라 하나의 단서입니다.
주름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고관절 탈구라고 단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반대로 주름이 대칭이라는 이유만으로 DDH가 없다고 판단해서도 안 됩니다.
진료실에서도 허벅지 주름 하나만 보고 DDH를 판단하지 않습니다. 아기의 월령과 출생력, 고관절의 안정성과 움직임, 다리 길이와 위험인자를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영상검사 결과까지 종합하여 판단합니다.
정확한 진찰은 정상적인 아기에게 불필요한 검사를 반복하지 않게 하는 동시에, 치료가 필요한 아이를 놓치지 않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부모가 기억해야 할 것은 허벅지 주름의 개수가 아니라 아이의 고관절이 안정적으로 잘 발달하고 있는가입니다.
◇ 부모님이 기억하세요
1. 허벅지 주름 비대칭은 고관절이 정상인 영아에서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2. 허벅지 주름만으로 DDH를 진단하거나 배제할 수 없습니다.
3. 연구에서도 다른 이상이 없는 고립된 허벅지 주름 비대칭의 DDH 예측력은 낮게 보고되었습니다.
4. 월령이 증가하면 한쪽 고관절이 잘 벌어지지 않는 외전 제한과 다리 길이 차이가 더욱 중요한 진찰 소견이 됩니다.
5. 둔위 병력, DDH 가족력 또는 고관절 불안정성이 있다면 주름 모양과 관계없이 추가 평가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6. 신체진찰만으로 모든 DDH를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므로, 진찰 결과가 명확하지 않거나 DDH가 의심되는 경우에는 영상검사가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7. 영상검사는 허벅지 주름 하나가 아니라 월령, 위험인자와 신체진찰 결과를 종합하여 결정해야 합니다.
8. 허벅지 주름은 진찰의 시작이 될 수 있지만 진단의 결론은 아닙니다.
글 임신영 재활의학과 전문의 (아주대 의대 재활의학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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