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아이들의 상상력을 깨우쳐 줍니다
인간에게 주어진 가장 큰 선물은 상상력입니다. 상상력(想像力)이라는 한자어를 풀어보면 생각을 그림으로 그리는 능력입니다. 본 적도 없는 사람에게 코끼리를 설명하기 보다는 스스로 생각하게 해서 코끼리를 이미지화하는 것으로 말의 어원이 시작됩니다. 예측가능한 것을 예측하게 하는 것도 경험과 상상의 힘이지만, 예측이 불가능한 것을 그려내는 능력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고귀한 능력입니다. 이 능력은 무에서 유를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추웠던 지난 겨울은 모든 것이 얼어붙었고 숨을 쉬지도 못할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2월이 되고 3월이 되자마자 만물은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얼어서 죽은 나무도 풀도 거의 없습니다. 알뿌리 화초들은 싹을 내밀기 시작했고, 꽃을 먼저 피우는 산수유는 노랗게 웃고 있습니다. 매화 중에 소식을 먼저 알리는 홍매화는 양산 통도사를 비롯해 전국에서 붉게 피어나는 소식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능력! 봄은 그런 계절입니다. 모두가 사라지고 얼어붙었던 시간들이 잠을 깨어서 마술을 부리듯이 깨어나고 있습니다. 인간의 창조성은 이런 자연의 힘을 닮은 듯 합니다. 봄은 우리에게 충만한 창의성의 기운을 주고 있습니다만 과연 이 봄에서 그런 기운을 받아들이는 어른들은 얼마나 될까요. 봄의 기운을 알아차리는 어른들은 아이들에게도 이 봄의 창의성을 발견하고 같이 누리는 환희를 맛보게 할 수 있겠지요.
몇 년 전 저에게 하브루타 개념코칭 수업을 받은 한 어머니가 들려주신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질문은 질문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개념으로 연결하고 이야기로서 풀어가도록 해야 하며, 아이들도 질문으로 생각의 여운을 만들어 가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이 교육을 받으신 어머니는 직접 5살 딸 아이와 있었던 일을 행복하게 전해주셨습니다. 그 때도 봄이었습니다.
아침마다 어린이 집에 아이를 데려다 주는데 봄이 되자 햇살도 따스해지고 마침 산수유 꽃이 피기 시작했습니다. 노랗게 피는 꽃을 보면서 연서에게 이야기를 시도해봤습니다.
엄마: 어!! 연서야 여기 뭔가가 있어.
딸: 응, 엄마. 뭐지?
엄마: 글쎄, 이게 뭐지?
딸: 꽃이야, 엄마 꽃이 피고 있어.
엄마: 그렇구나, 꽃이구나. 그런데 아무것도 없었는데 어떻게 꽃이 피었을까?
딸: 햇님하고 바람이 꽃아!! 얼른 나와!! 그랬어
이렇게 5살 딸아이와 이야기를 주고 받기 시작했습니다. 매일 가는데 매일 그 꽃을 연서와 같이 관찰했습니다. 노랗게 작게 몽오리만 있다가, 그 작은 꽃이 활짝 피었을 때는 방사선 모양으로 작은 방울을 달고 있는 듯 펴졌습니다. 멀리서 산수유라고 볼 때와 아이의 눈높이에서 들여다보니 마치 생전 처음 보는 꽃처럼 신기했습니다. 매일매일 아이와 산수유를 바라보면서 어제와 다른 것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5살인데도 유심히 관찰하고 달라진 것을 발견하기도 하고 아침 어린이집에 가는 길을 무척이나 즐거워했습니다. 다른 꽃잎하고 모양이 다른 산수유에 대한 궁금증이 생겨 백과사전을 찾아보기도 하고 엄마인 제가 오히려 공부하는 시간이 됐습니다.
앙상한 겨울나무의 빈가지에서 꽃을 피움으로서 새로운 세계가 펼쳐지고 있는 것입니다. 어른의 눈으로 보고 감탄하는 정도로 봄은 가볍지가 않습니다. 슬쩍 지나치기에는 올해의 봄은 단 한번 밖에 없습니다. 지금 현재에 잠시 머무르면 2019년의 봄은 아이들과 이야기 할 거리가 무진장 많습니다. 봄을 만끽하게 해 주기 위해서는 설명보다는 질문이 훨씬 좋습니다. 일부러 많은 것을 알게 해주려고 설명을 하다보면 아이들은 지루해하고 고개를 돌릴지도 모릅니다. 깊은 땅속에서 한숨을 길게 쉬고 나오려고 하는 싹들을 아이들과 같이 만나보세요. 유아들은 무척이나 흥미로워하고 아빠와 함께 관찰하는 것을 좋아할 것입니다.
벌써 봄 까치꽃이 만발하고 있습니다. 이 작은 봄 까치꽃 친구들은 왜 파랑색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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