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고기류를 잘 씹지 못해 부드러운 음식만 주었는데, 문제가 될까요?
“이것 못 씹겠어.” 질긴 고기가 아니라 콩조림이나 콩나물 무침을 먹으면서도 이렇게 말하는 아이들이 종종 있어요. 그런 아이들은 국물에 밥을 말아서 먹는 것, 부드러운 음식을 후루룩 마시듯 먹는 것을 좋아합니다. 아이들이 쉽게 먹을 수 있도록 무조건 부드러운 음식만 주려는 엄마들도 많으시지요. 그런데 옛 어르신들은 “물도 씹어 먹어야 좋다”고 하셨고, 밥상 앞에서는 “꼭꼭 씹어 먹어라”라고 말씀하셨답니다. 그분들은 이미 꼭꼭 씹어 먹는 습관이 고른 치열, 충치예방, 식사량 조절과 체중 관리에 노화방지까지 도움을 준다는 것을 이미 알고 계셨던 것 같아요.
잘 씹어 먹는 것의 장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랍니다. 먼저 꼭꼭 씹어 먹는 것이 습관화되면 아이들은 고른 치열과 균형 잡힌 예쁜 얼굴을 가질 수 있어요. 이는 용불용설(用不用說), 즉 쓰지 않는 기능은 쓰지 않을수록 더 떨어지고 퇴화한다는 것이 뼈와 근육에 해당되는 치아와 잇몸에도 적용되기 때문이에요. 씹는 자극과 운동이 없으면 치아와 잇몸 조직이 부실해질 수밖에 없거든요. 특히 유아기에 음식을 잘 씹지 않으면 아래턱의 발육이 잘 되지 못하고, 이런 상태에서 영구치가 나오게 되면 치열이 고르지 못하거나 덧니가 생기고, 또한 윗니와 아랫니가 잘 맞지 않아 궁극에는 얼굴 모양이 비대칭적으로 고정될 수밖에 없어요.
음식을 꼭꼭 씹었을 때 얻게 되는 또 다른 효과는 바로 ‘구강건강의 지킴이’인 침을 많이 분비시킬 수 있다는 것이에요. 침은 우리가 알게 모르게 하루에 1~2리터나 분비되는데요, 수분 외 다양한 종류의 전해질, 단백질, 효소는 물론 면역글로불린과 항균물질들을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침이 유해물질의 독성을 제거하고, 충치를 예방하며 면역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고 하는 것이에요. 한편 밥을 오래 씹으면 약간의 단맛을 느낄 수 있는데, 이는 침 속에 있는 효소에 의해 밥의 전분이 일부 분해(소화)되기 때문이에요. 즉 많이 씹고 삼켜야 위장의 소화 부담을 줄일 수 있어요. 비만이 되는 사람들의 특징이 빨리 먹고, 적절한 양보다 많이 먹게 되는 것인데, 잘 씹어 먹게 되면 자연히 식사 시간이 길어지고 포만감을 느끼는 데 필요한 충분한 시간을 확보할 수 있어 음식을 적게 먹게 되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어요. 당연히 식사량 조절과 체중관리에 도움이 되지요.
혹시 ‘노화방지 호르몬’ 이라고도 부르는 파로틴(parotin) 을 들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파로틴은 귀밑 침샘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성장을 촉진하고, 뼈와 치아를 튼튼하게 하며, 혈관의 탄력성을 높이고 모발이나 피부 건강에도 도움을 주는 호르몬인데요, 바로 이 파로틴 분비를 촉진하는 가장 좋은 방법도 역시 음식을 꼭꼭 씹어 먹는 것이랍니다.
이와 함께 씹는 저작운동이 뇌를 자극하고 혈액순환을 촉진하여 두뇌 활성화에도 도움이 된다고 보고되어 있어요. 미국 세인트로렌스대학 심리학과의 서지 오나이퍼 교수는 학생들에게 시험 5분 전 껌을 씹게 했을 때 성적 향상에 도움이 되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는데요, 성적 향상의 비밀은 껌의 성분에 있지 않고 바로 씹는 행동(저작운동) 자체에 있었다고 해요. 일본에서는 노화와 치매 예방을 위해 노인들에게 껌 씹기로 씹는 훈련을 시키기도 한답니다. 또한 저작운동이 스트레스를 완화하고 만족감을 느끼게 해주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의 분비도 촉진시켜 준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아이들에게 늘 껌을 씹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요, 음식의 고유한 맛을 느끼며 꼭꼭 씹어 먹도록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겠지요. 딱딱해서 씹는 힘이 필요한 견과류, 식이섬유소가 많아 잘 씹어야 소화가 잘 되는 통곡식이나 채소, 호박말랭이나 무말랭이처럼 말린 채소 등 꼭꼭 많이 씹어야 하는, 다소 거칠어 보이는 음식으로 차려진 밥상이 건강에는 좋은 ‘명품 식단’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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