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 머리 아프다고 하는 아이, 혹시 냉방병 아닌가요?
동의보감에서 더위로 인한 병으로 열병을 앓는 것에 대한 내용을 찾아볼 수 있는데요. 증상으로 열이 나고 땀이 나며, 입이 마르고, 얼굴에 때가 낀 것 같으며, 등이 시리고, 답답하며, 갈증이 나고, 기운이 없으며 오한, 두통, 구토, 설사 등이 나타난다고 합니다.
학교 조회 시간에 가끔 일어나던 일사병, 노동 현장에서 일어나서 뉴스에 나오던 열사병, 에어컨을 많이 쓰기 시작하면서 해마다 뉴스에서 보이는 냉방병이 같은 범주일 것입니다.
냉방병은 병(病)이라는 단어가 붙긴 하지만 실제로 의학적으로 뚜렷이 정의된 질병은 아닙니다. 냉방병은 일종의 증후군으로 냉방을 하고 있는 실내에 오랜 시간 머물 경우 나타나는 가벼운 감기·두통·신경통·근육통·권태감·소화불량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냉방병의 원인은 크게 실내 외 온도 차, 실내 습도저하, 레지오넬라균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우선 바깥 날씨에 비해 실내 온도를 너무 낮게 설정해 놓아 자율신경계가 양쪽의 온도 사이에서 적응을 하지 못해 냉방병이 발생합니다. 날씨가 더워지면 우리의 몸은 약 1~2주간 ‘순응’이라는 과정을 통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합니다. 이 과정에서 자율신경계에 무리가 가 두통·소화불량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지만 이 기간이 지나면 우리의 몸은 더위에 적응을 합니다. 그런데 무더운 날씨에 에어컨을 과도하게 사용할 경우 자율신경계가 ‘순응’의 과정을 완전하게 마칠 수 없게 되어 이 과정을 계속해서 반복해야 합니다. 이러한 지속적인 ‘순응’ 과정이 자율신경계에 무리를 주어 두통·신경통·소화불량 등이 나타나게 됩니다.
다음으로 실내의 습도 저하가 냉방병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냉방기는 공기 중의 수분을 응결시켜 기온을 낮추는데 1시간 동안 계속해서 냉방기를 가동할 경우 습도가 30~40%까지 내려가게 됩니다. 이 경우 호흡기 점막이 건조하게 되어 세균에 대한 저항력이 떨어지게 되므로 기침 등의 다양한 호흡기 증상이 나타납니다.
세균이 냉방병의 원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만약 냉방기에 사용되는 냉각수가 레지오넬라균에 오염되어 있다면 냉방기가 가동될 때 이 균이 공기 중으로 분사되어 여러 사람에게 감염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레지오넬라균에 의한 감염은 고열·두통·근육통·설사 등의 증상을 보이며 면역기능이 약한 노인이나 만성질환자가 더 쉽게 감염될 수 있습니다.
냉방병의 증상이 있을 때에는 몸을 따뜻하게 하고 충분히 휴식을 취해야 합니다. 냉방병은 무엇보다 예방이 제일 중요합니다.
∙ 실내외 온도차를 5~6℃를 넘지 않도록 합니다.
온도 변화가 5~6℃를 넘어가면 우리의 몸은 바뀌는 온도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기 때문에, 여름철 적정 실내온도인 23~26℃ 준수하여 실내외 온도차가 5~6℃를 넘어가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처음에는 낮추었다가 서서히 올리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 하루 3번 30분씩 실내 공기를 환기합니다.
여름철 적정 실내 습도는 60%이지만 냉방을 유지하기 위해 창문을 계속 닫아 두면 실내 습도가 급격하게 떨어지고 그 결과 호흡기 점막이 건조해질 수 있습니다. 또한 창문을 계속 닫아 둘 경우 공기를 탁하게 하는 오염 물질이 밖으로 배출되지 못해 호흡기 증상을 야기할 수 있어 주기적으로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는 것이 좋습니다. 늦은 저녁시간이나 새벽에는 오염물질이 정체되어 있을 수 있어 오전 10시~오후 9시 사이에 환기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 냉방기를 1~2주에 한 번씩 청소합니다.
작년에 냉방기를 사용하고 청소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바로 가동할 경우 겨우내 냉방기에서 서식하던 레지오넬라균이나 곰팡이가 공기 중으로 퍼져나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올해 냉방기를 처음으로 켜기 전에 반드시 청소를 해야 하며, 세균이나 곰팡이가 서식하기 쉬운 필터는 최소한 2주에 한 번씩 청소하는 것이 좋습니다.
냉방환경을 개선하면, 냉방병의 증상은 대부분 호전됩니다. 그러나 증상이 심하여 일상생활이 불편할 경우라면 각각의 증상을 완화할 수 있는 치료를 하는 것도 좋습니다. 예를 들면 두통, 콧물, 코 막힘, 재채기 같은 호흡기 증상이나 소화불량, 하복부 불쾌감, 설사 등의 소화기 증상, 면역력 저하 등과 같은 증상이 심할 경우에는 의료인 진료 후 치료를 병행하면서 반드시 냉방환경을 개선해주도록 합니다.
한방에서는 여름철 냉방병으로 고생하는 아이들에게 생맥산을 처방하기도 합니다. 생맥산은 주로호흡기 점막 건조를 치료하는 기본 처방입니다. 생맥산의 주된 구성은 맥문동과 인삼이고 오미자는 부된 구성입니다.
냉방병은 우리 몸이 허약할 때 쉽게 걸리게 되므로, 여름에도 꾸준한 운동과 규칙적인 생활로 몸의 건강을 관리하는 것이 냉방병의 예방 및 치료에 크게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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